30~40대 학자가 필자로 참여한 '지식인마을' 시리즈 9년 만에 완간

"칸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요. 하지만 어렵게 공부하고 소통의 장을 못 만드는 게 안타까웠어요. 한국사회에서 전문 지식이 대중과 만나지 못하는 까닭은 지식을 입시용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시험이라는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30~40대 젊은 학자 33명이 필자로 참여한 '지식인마을' 시리즈(김영사)가 제40권을 끝으로 9년 만에 완간됐다. 이 프로젝트 기획자인 장대익〈사진〉 서울대 교수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사회에 '문턱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퍼져 있지만, 독자를 탓하기보다 그들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식 교양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대립·보완·경쟁·창조적 계승 관계에 있는 두 사상가를 내세워 그들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따라서 모두 80명의 사상가가 등장한다. 다윈과 페일리, 데카르트와 버클리, 아인슈타인과 보어, 세이건과 호킹, 공자와 맹자, 장자와 노자, 이황과 이이 등이 한 권의 책에서 함께 논의된다.

지금은 대중적 철학자가 됐지만 당시엔 무명이었던 강신주도 3권을 집필했다. 반응이 좋았던 책으로는 제27권 '시장 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케인즈&하이에크'와 제30권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벤야민&아도르노'가 꼽혔다.장대익 교수는 "경제학자는 많은데 일반인이 읽을 만한 경제학 책을 쓰는 분은 거의 없었다"면서 "우리 지식사회가 어디에 편중돼 있고 무엇이 '구멍'인지 발견한 게 수확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제40권은 그가 직접 쓴 '지식인마을에 가다'. 이 시리즈 전체를 돌아보는 가이드북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