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로 간 개그맨 전유성

개그맨 전유성(65·사진)은 몇 년 전부터 TV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방송 활동을 거의 접고 경북 청도로 내려가 산 지 8년째다. 은둔을 택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철가방 극장'이란 코미디 전용 공연장과 '코미디 시장(市場)'이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여름 무료공연인 '개나소나 콘서트'도 연다. 반려견을 데리고 와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공연이다. 올해로 6회째인 콘서트(8월 2일)를 앞두고 청도에서 그를 만났다. 철가방 극장 사무실 구석에 "점점 더 커지는 개판"이라 적힌 콘서트 포스터가 걸려 있다.

엉뚱한 개그 감각으로 유명한 그답게 청도에 정착한 이유도 엉뚱했다. "8년 전에 배우 신성일씨 칠순 잔치를 청도 운문사에서 했는데, 거기서 술 먹고 객기부리다 쓰러졌어요. 병원에서 깨어나서 '내가 실려온 길 좀 둘러보자'고 했죠. 차를 타고 돌아보는데 좋더라고요. 눌러앉았죠."

지금은 한 해 한두 번 방송 출연하는 것 외에는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잘리는 모습 보여주기 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때 청도가 눈에 들어왔죠."

전유성은 스스로 "연기력은 형편없는데 아이디어가 좋아 살아남은 케이스"라고 했다. 반려견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아이디어도 그다운 발상이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의 이미지와, 평소 생각했던 반려견과 주인을 위한 공연을 합친 것이다. "청도에 눌러앉으니까 군청 높은 분들이 '전유성이 지역을 위해 뭔가 해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내가 '개나소나 콘서트'를 해보자고 했더니 기겁하더라고요."

전유성은 "반려견과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그들이 갈 공연이 없다"며 "무조건 된다"고 밀어붙였다. 정작 그 자신은 '작은 강아지가 다가오기만 해도 피할 정도'로 무서워한다. 작년엔 1만2000명의 관객과 그에 맞먹는 수의 견공(犬公)이 공연을 보고 갔다. 전유성은 "소도 공연을 봐야 한다"며 공연 때마다 소를 10여 마리씩 데려다 놓는다.

3년째 운영 중인 철가방 극장도 성업 중이다. 40석 작은 공연장이지만, 지난 6개월간 주말 공연은 항상 매진됐다. 직접 뽑은 단원들이 낸 개그 아이디어를 전유성이 심사해 무대에 올린다. 현재 5기 단원을 모집 중인데 심사 기준은 웃기는 것보다 성실성이라고 한다. "원래 개그맨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나보다 웃기는 후배'예요. 하지만 성실한 후배를 싫어하는 선배는 없어요."

전유성은 몇 년 전 진미령과 헤어진 후 혼자 산다. 딸은 지리산 인근에서 카페를 하고 있다. "심심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별일 없이 사는 게 좋다"고 했다. 그와 함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농약 팔던 가게인 듯 '농약사'란 간판이 아직 달린 집이다. 전날 통영에서 사온 횟감을 주인에게 맡겼다고 했다. 술이 몇 잔 돌자 주민들이 합류했다. 누군가가 "전유성은 항상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한잔하는 게 일과"라고 했다. 문의 (054)370-2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