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복귀 100회 맞은 타블로
주제는 꿈… 내 꿈은 화목한 가정
예능·앨범 준비로 강행군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행복하면 좋아

말이 빠른 편이었지만 말투는 차분했다. 악수하는 손이 가벼웠다. 얌전해졌다는 얘길 곧잘 듣는다고 했다. "세상도 변했으니까요." 25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난 래퍼 타블로(본명 이선웅·34)가 말했다.

지난 4월 5년 만에 그가 2008년부터 1년간 진행했던 MBC FM '꿈꾸는 라디오' DJ로 복귀한 건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긴 후유증에서 벗어났다는 일종의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터져 나온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장은 가짜'라는 음모론은 그를 끈질기게 물어뜯었다.

3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2012년 3월 첫 재판일에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숨을 거뒀다. 이듬해 법원은 타블로의 손을 들어줬다.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방적인 전달일 때가 많죠. 라디오는 달라요. 하소연과 대답을 주고받다 보면 수많은 인파 속에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29일 라디오 복귀 후 100회를 맞은 이 방송의 주 대화는 '꿈'이다. 지난달 25일엔 '꿈꾸는 라디오'를 듣다 진짜로 꿈을 이룬 사람들과 방송에서 전화 통화까지 했다. "SBS 조정식 아나운서가 매일 이 프로를 듣는 애청자였대요. 라디오 DJ를 꿈꾸던 청년이 지금 라디오 DJ가 돼 제 성대모사까지 하더라고요."

그의 오랜 꿈은 화목한 가정이었다. 타블로는 '딸바보'에 등극하며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지난해 11월부터 출연 중인 KBS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덕분이다. 이날도 그는 딸 하루(4)양과 등산복 CF를 찍고 온 길이었다.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져요. 돌고래는 왜 파란색이냐, 물고기는 왜 물에서만 사느냐…. 어른은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부정해버리는데, 아이들은 늘 '왜'를 갖다 붙이죠. 덕분에 평소 안 하던 생각도 해보게 돼요."

TV를 등졌던 그가 TV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인 배우 강혜정(32) 때문이었다. "방송 콘셉트인 '엄마 없는 48시간' 동안 혜정이가 잠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였죠." 라디오에 이어 지난 3일부턴 Mnet '쇼미더머니3'에 출연 중이고, 가을쯤 새 앨범도 낸다. 하루 3시간도 못 자는 강행군이지만 "가장(家長)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좋은 꿈 꾸세요." 라디오 마지막 인사말이다. 잠도 제때 못 자 좋은 꿈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지만, 그는 아직 꿈이 많다고 했다. "영화감독도 되고 싶고,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도 싶어요. 실현 가능한진 모르겠는데, 그래서 꿈인 것 같아요. 설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