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소속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박지성 위한 은퇴식… 태극기 내걸고 "고마워요"]

맨유·항공사 홍보대사… 은퇴後 찾는 곳 더 많아져

올 한 해 한국 스포츠를 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뉴스가 있다면 박지성(33)의 현역 은퇴일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뛰었고, 2002 월드컵 4강과 2010 월드컵 16강의 주역으로 활약한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은 지난 5월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의 마지막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 더 쏟아지는 러브콜

수퍼스타답게 떠나는 발걸음도 화려했다. 지난 7월 K리그는 박지성의 은퇴 경기를 겸한 올스타전을 열었다. 비록 박지성이 K리그에서 뛴 적은 없지만 한국 축구에 기여한 바가 워낙 커 자연스럽게 성사된 이벤트였다. 당시 거센 빗줄기에도 5만여 구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영웅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박지성이 몸담았던 해외 구단들도 앞다퉈 그를 모시고 있다. 은퇴 이후 더 '귀하신 몸'이 된 그다. 박지성의 프로 첫 구단은 일본 J리그의 교토 퍼플상가. 2002 한·일 월드컵 활약으로 네덜란드 리그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2003년 1월 1일 일왕배 결승에 나선 박지성은 고별전에서 득점포로 2대1 승리를 이끌며 팀에 사상 첫 일왕배 우승컵을 안겼다. 교토는 지난 6월 '레전드 매치'를 열면서 초청 명단에 박지성의 이름을 맨 위에 올려놓았다.

박지성은 지난 10월엔 맨유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보비 찰튼, 알렉스 퍼거슨, 앤드루 콜, 데니스 로, 브라이언 롭슨 등 전설들에 이어 맨유의 6번째이자 비(非)유럽 출신 최초의 홍보대사가 됐다.

홍보대사 임명식이 열린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그라운드에서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제자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내가 어떤 역할을 맡겨도 박지성은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명장의 말에 7만여 맨유 홈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박지성의 축구 인생에서 '암흑기'로 평가받는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도 은퇴 이후 박지성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2012~2013시즌 QPR에서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토니 페르난데스(50·말레이시아) QPR 구단주는 지난 10일 박지성을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홍보대사로 임명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당시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공개한 '박지성 헌정 항공기'의 동체에는 박지성의 얼굴과 함께 '영원한 캡틴 박지성' 'THANK YOU CAPTAIN PARK(고마워요 캡틴 박)'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PSV 팬들은 박지성을 사랑해

그래도 박지성을 가장 사랑하는 곳은 네덜란드다. 18일(한국 시각) PSV 에인트호번의 홈구장인 필립스 슈타디온엔 박지성의 응원가인 '위쑹 빠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가 오랜만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

"위쑹 빠르크~ 데데데데~"가 가사의 전부이지만 신나는 리듬으로 국내 팬 역시 즐겨 부르게 된 이 응원가는 지난 5월 박지성의 마지막 홈 경기 때도 PSV 팬들이 입을 모아 불러줬던 노래다. 당시 팬들은 2대0 승리에 힘을 보태고 교체되는 박지성을 향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응원가를 선사했다.

극성스럽기로 악명 높은 PSV 홈 팬들은 2003년 박지성이 처음 팀에 와서 부진을 거듭할 때만 해도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거스 히딩크가 원정 경기에만 박지성을 기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한 시즌 만에 야유는 환호로 바뀌었다. 박지성은 2004~ 2005시즌엔 11골로 리그·FA컵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며 PSV 팬들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그런 그가 PSV로 돌아와 마지막 시즌을 보낸 것에 네덜란드 팬들은 다시 감동했다. 박지성은 2013~ 2014시즌 팀의 연장자(年長者)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끝까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지성을 위한 공식 은퇴식은 18일 페예노르트전 하프타임 때 마련됐다. 은퇴식이 시작되자 관중석에선 태극기에 PSV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의 모습을 함께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렸다. '남쪽(한국)에서 온 전사(WARRIOR FROM THE SOUTH)'라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도 펄럭였다. 아내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박지성은 우렁찬 박수를 보내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BEDANKT(네덜란드어로 고마워요라는 뜻), JI-SUNG PARK'. 경기장 펜스에 쓰인 그 문구가 바로 PSV 팬들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