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부임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의 '홀로서기']

"코치 10년간 7번 우승… 감독 되니 더 욕심나
기본기·팀워크 강조하는 '신치용 스타일'로 승부, 이번 시즌 꼭 정상 탈환"

'우승, 우승, 우승….'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체육관 내부로 들어서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삼성화재가 일궈낸 우승 기록이다.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 출범 후에만 8차례 정상에 올랐다. 최근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임도헌(43) 신임 감독은 "내가 코치로 이룬 우승이 7번이니 감독으로는 더 많이 (우승) 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프로배구 최고 명문 구단의 수장이 된 그의 '홀로서기'를 들어봤다.

◇임도헌은 '신치용 아바타'?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신치용 전 감독을 제일기획 스포츠단 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임도헌 수석 코치를 신임 사령탑에 내정했다. 슈퍼리그와 V리그에서 통산 16차례 우승을 거둔 '명장' 신치용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소식도 놀라웠지만, 후임 임도헌 감독이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선 임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더라도 팀 내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신치용 전 감독의 그늘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10년 가까이 수석 코치로 신 전 감독을 보좌했다. 한 해설위원은 임도헌 감독을 두고 "결국 신치용의 아바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임 감독은 "신 부사장님과 자주 비교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성화재에서 배운 배구를 삼성화재에서 써먹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라며 "그동안 삼성화재가 지켜온 전통을 잘 이어가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이 뚝심 있게 '신치용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삼성화재라는 명문 구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랫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스타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다는 탄탄한 기본기와 끈끈한 팀워크로 정상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우직하게 자기 관리에 힘쓰고 남보다 더 훈련하는 길밖에 없었다. 임도헌 감독 부임 이후에도 삼성화재는 오후 11시면 숙소에서 선수들 휴대폰을 거둬 가고, 야식도 금지하고 있다.

임도헌 감독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최근 2년 내 새로 바뀐 30·40대 감독 중에서 임 감독은 코치 경력이 가장 길다. 임 감독은 "코치만 10년 하니 '1만시간의 법칙'처럼 선수 때는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목표는 정상 탈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임도헌 감독 앞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 챔피언전 전패를 당하며 일곱 시즌 연속 지켜온 정상 자리를 내줬다. 지난 18일 KOVO컵 4강전에선 또 한 번 OK저축은행에 발목을 잡히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화재는 센터진에 이선규·지태환·고희진이 버티고 있지만 사이드 블로킹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임 감독은 박철우의 백업 멤버로 뛰었던 김명진을 기용하고 있지만 아직 미지수다. 그나마 외국인 선수 레오(쿠바)가 올 시즌에도 뛰기로 한 게 다행이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뺏긴 정상 자리를 되찾는 게 첫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196㎝의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임 감독은 체격에서부터 선수들을 압도한다. 현역 시절 '임꺽정' '터미네이터'라 불렸던 그의 카리스마도 여전했다. 임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인상을 바꾸고자 스포츠 머리를 3개월 동안 자르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가요. 이만하면 부드러운 느낌이 나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