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신진식 "밥 먹다가도 배구 생각…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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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7 03:03

1990~2000년대 '갈색폭격기'… 삼성화재 11연승 이끌어
"제일 중요한건 기본기, 선수들 인사 습관부터 고쳤죠"

"너희는 프로 자격이 없어. 기본도 못 갖추고 어떻게 상대를 이기려고 해."

지난 10월 20일 프로배구 V리그 OK저축은행전에서 패한 신진식(42)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독설을 날렸다. 개막 2연패를 당한 그는 팀에 무엇이 부족한지 조목조목 따졌다. 이튿날 주장 박철우(32)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훈련장에 나타났다. '제대로 해보자'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이후 삼성화재는 11번을 내리 이겼다. 6일 현대캐피탈에 지며 연승 행진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자부 7개 팀 중 굳은 선두(승점 30)를 지킨다. 2위 현대캐피탈(25점)과는 5점 차다.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처음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지만 올해는 수렁을 완전히 벗어났다. '1년 차 초보' 신진식 감독의 리더십이 통한 것이다.

1990~2000년대 한국 최고의 스파이커였던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지난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들고 웃고 있다. 신 감독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노련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팀을 남자부 7개 팀 중 선두(승점 30)로 이끌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2일 대한항공과의 경기는 현재 삼성화재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마지막 5세트에서 9―14로 뒤지다 연속 5득점해 14―14 동점(듀스)을 만들더니 22―20으로 역전했다. 최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만난 신 감독은 이렇게 자평했다. "당연히 졌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선수들이 기어코 경기를 뒤집더라고요. 짧은 순간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었습니다."

신 감독은 1990~2000년대 한국 최고의 공격수였다. 배구 선수치곤 작은 키(188㎝)에도 가공할 점프력과 파워를 앞세운 스파이크를 꽂아 '갈색 폭격기'로 불렸다. 김세진과 '좌진식-우세진' 콤비를 이루며 삼성화재의 77연승 신화(2001년 1월~2004년 3월)를 만든 것도 그였다. 2007년 은퇴 후 홍익대 사령탑, 삼성화재 코치 등을 거친 신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다.

초보 감독은 선수단에 가장 먼저 '기본'을 요구했다. 선수들의 평소 인사 습관부터 바로잡았다. "같은 숙소(삼성트레이닝센터)를 쓰는 다른 종목 선수들도 '식구'니까 인사해야죠. 재미없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기본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선수 인성, 배구 역량,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 등 기본을 갖추면 모든 게 달라져요."

경기를 이겨도 선수들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쓴소리를 뱉는다. 신 감독은 "선수는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러면 팬도 저절로 배구장을 찾는다"며 "승패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라고 했다.

감독이 되고 뭐가 가장 달라졌을까. 신 감독의 답은 '생각'이었다. "배구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항상 다양한 전략을 생각합니다. 선수 때보다 머리를 많이 쓰려니 힘드네요(웃음)." 그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다가,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배구 전술이 생각난다"며 "좀 쉬고 싶은데 자꾸 배구 생각이 떠올라 죽을 맛"이라고 했다.

신 감독을 포함해 김세진(OK저축은행 감독),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 김상우(우리카드 감독) 등 같은 시절을 누볐던 스타 선수들이 이젠 사령탑으로 경쟁한다. 시즌 전엔 서로 술잔을 기울였지만 '배구'는 금기어였단다. "서로 전력이 누출되는 거니까…그냥 편하게 술만 마셨죠."

신 감독의 주량은 소주 두 병이다. 그는 "처음 2연패했던 날 꽤 과음했다. 속이 참 쓰렸다"고 했다. 지금 삼성화재의 기세라면 남은 시즌 동안 속 쓰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