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지주사 물산 인사
최치훈 대표 4년 만에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맡기로
GE서 20년, 삼성 4개 회사 CEO… 60대 퇴진·내부 승진 적용된 듯

후임엔 '통합물산 실행자' 이영호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을 대표하던 최치훈(61)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GE에서 20년 일했던 그는 잭 웰치 당시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임원 중 한 명이었고, 삼성에서도 10년 동안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장,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 4개 회사 CEO를 지냈다. 앞으로 그는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역할은 계속 맡아 글로벌 사외이사 영입 등에 힘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9일 최 사장 후임으로 이영호(59) 부사장을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상사부문 대표이사는 김신(61) 사장이 물러나고 고정석(56)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리조트부문 대표이사는 김봉영(61) 사장이 퇴임하고 정금용(56) 부사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약 석 달 만에 비(非)전자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핵심 회사의 사장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Mr.해결사' 후임은 통합삼성물산 실행자

최 사장은 1988년 GE에 입사해 만 38세이던 1995년 비(非)엔지니어로는 처음으로 GE항공기엔진부문 아시아 사장을 맡았다. 항공기 엔진 외에 인공위성, 선박엔진, 원자력 발전 같은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일했다. 특유의 돌파력과 업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직원 수 35만명의 GE그룹에서 170명뿐인 'GE 경영자(GE Officer)'로 뽑혔다.

2007년 삼성에 영입된 그는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장을 맡아 당시 적자였던 사업부를 흑자전환시켰다. 이후 주력 사업 부진으로 곤경에 빠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도 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최 사장 재임 때 삼성 SDI는 전지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하며 일본 산요를 제쳤다"고 말했다. 2010년 삼성카드 대표 시절에는 업계 3~4위던 시장점유율을 2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에서 '미스터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앞으로 이사회 의장으로 외국인과 여성 등을 영입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 사장의 뒤를 이어 건설부문 사장을 맡은 이영호 사장은 삼성그룹 경영진단팀 근무를 통해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에 임명돼 해외 부실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정리했고,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맡았다.

고정석 상사부문 사장은 화학팀장, 화학·소재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트레이딩 전문가다. 정금용 리조트부문 부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등을 역임한 인사 전문가로, 웰스토리 대표도 겸직한다.

◇60대 CEO 퇴진·내부 승진 강화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도 '60대 CEO(최고경영자) 퇴진'은 공식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각 부문 대표이사 CEO 3명을 한꺼번에 교체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며 "이 때문에 '60세 CEO 퇴진설'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는데, 세대교체가 확고한 인사 키워드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내부 승진을 강화하는 최근 사장단 인사의 트렌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각 부문의 2인자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앞으로 각 계열사의 독자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에 있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삼성물산 내에 별도의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팀)를 꾸릴지도 관심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 출신인 김명수 삼성엔니지어링 부사장이 사업지원TF 팀장을 맡아 비(非)전자 계열사들의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