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아팠지만 좋은 주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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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1 00:1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미래차 파트너 찾으려 4년째 CES로]

"작년 부진 많이 힘들었지만 상품·조직·디자인 많이 바꿔
車·IT 섞이는 속도 훨씬 빨라… IT업체보다 더 IT다워야 산다"
인생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소주 필요하네요, 후회 많아요"

"(현대차가) 앞으로 죽느냐 사느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電動)화와 친환경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차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4년 연속 CES에 참석했다. 올해는 4박 5일 일정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글로벌 자동차·IT 업체 관계자와 만났다. 전시회에 참여한 자율주행 기술 업체인 모빌아이·벨로다인 라이다·엔비디아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벤츠·닛산 부스 등을 꼼꼼히 둘러봤다. 정 부회장은 "CES는 신기한 것을 다루는 작은 회사도 많아 재미있다"며 "특히 이번엔 미래차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설계 분야의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해 AI(인공지능)와 소프트웨어 업체를 중심으로 돌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 실적부터 조직 문화, 미래차 전략까지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약 한 시간 동안 막힘 없이 답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지 만 9년이 됐다. 지금까지 인생을 자평해달라는 요청에, "소주가 필요할 것 같다, 후회가 많다"고 답했다. 함께 셀카를 찍자는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IT 섞이는 속도 빨라"

"자동차와 전자·IT 업체가 섞이는 속도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의사 결정의 속도나 방법 등을 바꾸는 것은 내부적으로 큰 과제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IT 업체보다 더 IT 업체 같아지는 게 중요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18’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보고 듣고 있다. 비판보다는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그동안 경쟁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협력을)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하려고 늦은 것"이라며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실속 있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올해 CES에서 인텔의 모빌아이, 엔비디아, 오로라 CEO들을 만나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한 기사에 달리는 부정적인 댓글을 볼 때가 있다"며 "그렇게라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운이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 같다"고 했다.

현대차는 미래 시장에 대비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미래에 전기차와 수소차가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는 전고체 배터리(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화해 밀접도를 높인 것)를 사용해도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1000㎞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수소차는 1회 충전에 거의 일주일을 주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나는 수소차를 타겠다”고 했다.

"작년 위기에서 많이 배웠다"

그는 작년 현대차가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시장 수요 감소 등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겪었던 것과 관련,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작년 판매 부진을 계기로 상품과 조직, 디자인을 많이 바꿨습니다. 매우 힘들었지만 좋은 주사를 맞은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는 또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현대차 노사 임단협’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반발로 아직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 한 해 사측과 교섭을 벌이며 총 19차례 부분파업했고, 작년 12월 말 1차 잠정 합의안이 부결된 후 5차례 파업을 더 했다. 노사는 2차 잠정안에 합의한 상태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해외 생산을 늘릴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해외가 인건비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를 비롯한 현대차도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국내도 경쟁력이 더 생기면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