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하는 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

원화강세·고금리·고유가 '新 3高' 현상 극복하도록 올해 중소기업 지원 49조원 책정
중국 금융기관들과도 손잡고 한국 '일대일로 사업' 진출 모색

"미국처럼 우리 주력 수출 시장에서 보호무역 파고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신흥 시장 개척이 정말 절실한 때입니다."

문재도(59)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글로벌 수출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 우리 기업이 자금을 떼일 염려 없이 오직 수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무역보험공사가 최선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사장의 올해 최우선 경영 과제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책'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그는 "올 상반기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수출을 돕는 전용 보증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무역보험공사의 전체 보험·보증 지원액은 145조원. 그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48조원이 중소·중견기업 지원액이었다. 연간 수출 실적이 50만달러 이하인 소기업에 대한 수출 보험이나 보증 지원 규모도 2014년 3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1093억원까지 매년 꾸준히 늘려왔다. 문 사장은 "올해 전체 보험·보증 지원액은 작년과 비슷하겠지만, 중소·중견기업 지원 규모는 49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사장은 정부가 올해 수출 증가 목표를 4%로 잡은 것과 관련해 "수출이 작년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수출 시장을 열어가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은 15.8%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뿐만 아니라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新)3고(高)'까지 겹치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크다. 문 사장도 "17개 국외 지사장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지역별 수출이나 경제 전망을 조사해보니 올해도 반도체·석유화학·컴퓨터 수출은 좋겠지만, 보호무역 확산과 환율 변동 등이 수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예전 주력 시장보다는 신흥 시장에서 증가 폭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 사장 설명이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신흥 시장 진출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사장은 5월까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이 원·부자재를 수출하고 받은 채권을 은행에 매각해 조기 현금화할 때 무역보험공사가 이를 보증해주는 제도다. 그는 "그동안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납품업체는 물건을 수출하고도 한두 달 뒤에야 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위기를 겪어왔다"며 "새로운 제도를 활용하면 자금 압박이 줄게 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는 2022년까지 약 3조원 보증을 지원할 경우, 최대 7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문 사장은 해외 플랜트 수주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저유가로 해외 플랜트 수주가 급감해 기자재를 공급하는 국내 중소·중견 업체도 극심한 일감 부족을 겪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다시 오르고 동남아, 중동 등에서 플랜트 발주가 늘고 있는 만큼 수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건설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금융 지원에도 나섰다. 양측은 양국 기업이 일대일로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발굴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또 무역보험공사가 양국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지원을 결정하면, 중국건설은행은 신용 한도(20억달러 규모) 내에서 즉시 대출해 주기로 했다. 문 사장은 "60여 개 국가와 연계해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우리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의 기술과 신뢰도, 중국의 자금력과 인력 등을 활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 출생인 문 사장은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5회로 산업자원협력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등을 거쳐 작년 3월 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