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이소룡·무하마드 알리에게 태권도 가르친 代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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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1 23:57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 이준구씨
워싱턴 의회에 태권도 클럽 만들어 대통령·의원 등 300여명 지도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人' 선정

미국인들에게 '태권도 대부'이자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로 불린 이준구(미국명 준 리·86·사진)씨가 1일 버지니아 자택에서 별세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AP 등 외신들은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father of American Taekwondo)'가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뛰어난 실력과 친화력으로 태권도의 세계화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워싱턴의 의회 의사당에 태권도 클럽을 설치해 빌 클린턴 등 대통령들과 상·하원 의원 300여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며 정계에 막강한 인맥을 형성했다.

홍콩 배우 리샤오룽(李小龍)과 전설의 복서인 무하마드 알리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씨는 생전 "브루스 리(리샤오룽)에게 발차기를 전수했고, 위대한 복서 알리에게 주먹기술을 가르쳤다"며 "이 모든 것이 다 태권도로 맺어진 운명이었다"고 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씨는 1946년 서울 동성중학교 재학 시절 청도관을 다니면서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미국과 세계에 알리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1956년 육군 항공학교 중위로 복무하던 중 항공정비 교육장교 연수생으로 선발되면서 미국과 인연을 맺었다.

1962년 워싱턴DC에 미국 내 첫 태권도 학교인 '준 리 태권도'를 개관한 이후 세계 182개국으로 지부를 넓혔다. 태권도 보호 장구를 개발해 대련할 수 있게 함으로써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에도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큰 사진은 이준구(오른쪽)씨가 리샤오룽을 상대로 태권도 발차기를 하는 모습. 작은 사진은 1976년 세계 복싱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에게 발차기 시범을 보이는 이준구(오른쪽)씨. /조선일보 DB·연합뉴스
이씨의 워싱턴 의사당 태권도 클럽을 거쳐간 제자 중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인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도 포함돼 있다. 제임스 클리블랜드 하원의원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태권도를 배우면 그런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배우게 한 일화도 있다.

이씨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등 3대 대통령으로부터 체육과 교육 등의 미국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위원직을 임명받았다. 워싱턴시는 의원들의 추천을 받아 2003년 6월 28일 3만 명이 운집한 축구장에서 '준 리 데이'(이준구의 날)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일엔 '금세기 최고의 무술인상'을 받았다.

이씨는 2000년 미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미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고 송판을 격파할 정도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씨의 아들인 지미 리씨는 메릴랜드주 최초의 한인 장관(소수계 행정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씨 유족으론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씨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매클린 바이블 처치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