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달인 '빵훈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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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7 00:25

[We, the Reds!] [7] '진지청년' 권창훈

경기 닥치면 휴대전화 안봐… 축구밖에 모르는 '애늙은이'
체력 한계 부딪혔던 프랑스리그… 2시즌 만에 극복하고 11골
손흥민 집중 견제 받을 경우 비밀병기로 기회 잡을 가능성

연락이 쉽게 닿지 않았다. "경기 이틀 전부터 집중하느라 휴대전화를 아예 보지 않아요. 저희도 통화가 안돼 애를 먹을 때가 많죠. 정말 축구밖에 모르는 친구입니다."

소속사인 월스포츠의 장민석 이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의 유일한 취미가 집에서 차 마시는 거예요. 집에 있는 차 종류만 수십 가지가 되죠. 연애를 한다든가 시내로 나가 노는 일도 없어요. 외출을 해봤자 집 주위를 산책하는 정도죠. '애늙은이'가 따로 없다니까요." 러시아월드컵 대표팀의 스물네 살 공격수 권창훈(디종)에 대한 얘기다.

◇두 시즌 만에 프랑스 리그 적응 끝

권창훈은 대표팀에서나 소속팀 디종에서 모두 등번호 22번을 단다. 수원에서 뛰던 시절 고종수 당시 수원 코치(현 대전 감독)의 백넘버를 물려받은 것이 고유 번호가 됐다. 고종수 코치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권창훈은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왼발의 달인’이 됐다. /나이키
어렵게 연락이 돼 권창훈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20일 앙제와의 프랑스 리그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권창훈에겐 첫 월드컵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도 "월드컵은 특별한 무대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고 했다. "대표팀에 가서 월드컵에서 뛰어본 형들에게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심리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얻고 싶어요."

권창훈은 철저한 준비가 곧 실력이 된다고 믿는다. 장민석 이사는 "프랑스에서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뛰는 권창훈은 주말에 맞붙을 팀의 왼쪽 수비수 플레이 영상을 매번 소속사에 요청한다"며 "1주일 동안 영상을 보면서 상대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 권창훈이 경기를 준비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1월 수원 삼성에서 디종으로 이적한 권창훈은 프랑스 리그에서 반(半) 시즌을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K리그보다 훨씬 빠르고 힘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그는 은사인 서정원 수원 감독에게 "호흡하기도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골도 못 넣고 시즌 후 한국으로 돌아온 권창훈은 체력 훈련에 매달렸다. 여름 휴식기라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쉴 법도 했지만, 지동원의 결혼식 때 하루 서울에 올라온 것을 제외하곤 함양에 계속 머무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몸을 제대로 만들어 올 시즌에 돌입한 권창훈은 프랑스 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후반기로 갈수록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올 시즌 총 11골을 터뜨렸고, 최근 7경기에서 다섯 차례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 공격 무기

권창훈의 최근 활약은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엔 좋은 소식이다. '에이스'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움직임이 좋은 권창훈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권창훈은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최적 포메이션을 찾겠다"고 말했다.

권창훈의 오래된 별명은 빵집 아들이라 붙은 '빵훈이'다. 오랜 시간 제과점을 했던 권창훈의 부모님은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가게를 접고 프랑스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한다. 이제는 장기인 왼발로 골을 '빵 빵' 터뜨린다고 빵훈이다.

빵훈이의 목표는 축구를 더 잘하는 것이다. UAE(아랍에미리트) 알 자지라에서 연봉 60억원에 이적 제의가 왔을 때 "유럽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며 연봉이 훨씬 낮은 프랑스를 택한 이유도 축구를 더 잘하는 선수들을 상대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선 정말 잘하는 선수들과 만난다.

"제 삶이 곧 축구인데, 월드컵은 저에겐 얼마나 큰 무대겠어요? 그런 만큼 제대로 한번 부딪쳐보려고요. 판단은 팬들에게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