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총장 참모 한마디… 수사단 반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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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7 01:01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두고 검찰 내부 충돌… 왜?]

작년말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의원 보좌관 소환땐 보고하라"
수사단 "부당 개입… 수사 차질"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 의견
文총장, 전문자문단에 판단 일임

일각선 의도된 총장 흔들기 의심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두고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사팀이 정면충돌한 핵심 원인은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 기소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검찰의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반부패부장은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다. 김 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문 총장도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검사장)이 김 부장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김 부장이 지난해 12월 이 사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 말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춘천지검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보좌진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권 의원이 채용 요건을 못 갖춘 측근을 강원랜드에 취업시켰다는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두고 수사팀과 정면충돌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은 기자들에게“검찰권이 바르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며 수사 지휘권 행사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남강호 기자
그런데 춘천지검은 보좌관 한 명을 통해 다른 보좌진의 소환 날짜도 같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당시 김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소환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이에 김 부장은 대검 소속 검사를 통해 춘천지검에 "국회의원 보좌관 소환은 대검에 보고하고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권 의원의 보좌진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수사는 일단락됐다. 현 수사단은 이를 근거로 "김 부장의 개입으로 실제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으니 직권남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대검은 "수사 절차에 관한 의견 제시였다. 지시를 내렸다 해도 정당한 수사 지휘"라고 맞섰다.

수사단은 지난달 25일 문 총장에게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김 부장 등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기소 문제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각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검찰총장 등이 회부한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를 사실상 결론짓는 역할을 한다. 수사심의위는 최근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안태근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 총장은 수사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 형사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자문단'을 새로 만들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문 총장 자신의 책임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제대로 검토를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전문 자문단 회의는 오는 18일 열린다.

이에 대해 수사단 내에선 "문 총장 의중에 따라 자문단 인선이 이뤄지면 결국 관련자 기소가 안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수사단이 15일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 문제를 놓고 문 총장과 벌인 갈등을 자세히 공개한 것도 이런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것이다. 수사단 측은 "주요 사건인 만큼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뜻에서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총장의 지시를 문제 삼은 수사단의 입장문 발표는 총장에 대한 항명(抗命)으로 비치고 있다.

일각에선 "문 총장 흔들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미현 검사가 15일 문 총장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3시간 뒤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단의 입장문이 나온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