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간 박용식 아리랑응원단장, 55회 해외원정… 보육원생도 초청

"스웨덴전 패배가 아쉽긴 해도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워줬습니다. 희망을 가져봐야죠." 박용식(55) 아리랑응원단장의 전화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단원 30여 명과 러시아에 머물며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아리랑응원단은 1994년 만들어진 축구 응원 모임이다. 그는 응원부장을 맡아오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단장이 됐다. 단원은 50여 명. 박 단장은 지난 24년간 단원들과 함께 올림픽과 월드컵, 평가전 등 55차례 해외 원정 응원을 다녀왔다.

그는 1994년 미국월드컵 때 처음 해외로 응원을 가봤다. 축구를 좋아했던 그가 함께 식당을 운영하던 아내에게 "딱 한 번만"이라고 허락 얻은 것이 시작이었다. "경기 시작 전 울려 퍼지던 애국가를 들으며 느낀 뭉클함과 전율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원정 응원에만 사비를 3억원 이상 썼다고 한다.

얼굴에 태극 무늬를 그리고 태극기로 직접 만든 조끼 차림으로 징과 꽹과리를 쳐 '태극기 응원맨'으로 불린다. 상대팀 응원단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는 "현장에서 한국을 알릴 효과적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며 "제시간에 입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같이 사진 찍자는 외국인이 많다"고 했다.

박 단장은 응원단 맨 앞에 서서 응원가를 선창하고, 경기가 풀리지 않아 처져 있을 땐 K팝에 맞춰 춤도 춘다.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이 기죽어서는 안 되죠. 목소리가 잠겨 안 나올 정도로 크게 소리치며 독려해요." 경기 후 현지 교민들과 뒤풀이도 갖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그는 자신이 후원해온 보육원생들을 데리고 해외 응원을 다녔다. 이번에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동행했다. 대전에서 고깃집을 운영해온 박 단장은 "보육원 친구들이 견문을 넓히고 희망을 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매월 보육원생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등 30년 넘게 꾸준히 후원해 2014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단장은 23일 밤 12시(한국 시각) 조별 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 다시 한국팀 응원에 나선다. "해볼 만하다고 여겨졌던 월드컵이 있기는 했나요? 선수들 투지에 국민의 열렬한 응원이 더해진다면 어떤 기적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