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크리넥스·뽀삐 화장지 개발한 '한국 製紙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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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9 03:51

이종대 유한킴벌리 초대회장 별세
기저귀 등 생활위생용품 개발 주도, 제지 플랜트 직접 설계해 수출

국내 최초로 화장지를 개발한 이종대(85) 유한킴벌리 초대회장이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반세기 동안 종이와 함께 살아온 제지 전문가로, 우리나라 화장지 문화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 금릉 출신인 이 회장은 농부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모친을 일찍 여읜 그는 일찍부터 자립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경북대 4학년이던 1954년 대구 청구제지에 견습공으로 입사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밤낮으로 기계에 매달려 기술 공부를 한 결과, 1년여 만에 공장장이 됐다. 1957년에는 제지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한국에선 볼일을 본 뒤 대부분 신문지나 헌 잡지책을 쓰던 시절이었다"며 "우리도 언젠가 질 좋은 화장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제조 기법을 열심히 배웠다"고 유학 시절을 회고했다.

이종대 유한킴벌리 초대회장이 1990년대 중반 김천공장에서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회장(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요리연구가인 장녀 이혜정씨가 2016년 함께한 모습. /유한킴벌리·이혜정씨

귀국해 화장지 공장 여러 곳에서 공장장으로 일한 이 회장은 1967년 고(故)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유한양행에 제지부장으로 입사했다. 합작회사를 차리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 킴벌리클라크사 직원의 소개였다. 이후 3년여 준비 끝에 유한킴벌리를 창립했다. 화장지 원단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자는 미국 측 제안에 맞서 철공소를 돌아다니며 모은 부품으로 원단 제조기를 국내 최초로 직접 개발했다. 114㎜이던 두루마리 휴지 국제 표준 규격을 100㎜로 줄이고, 특허도 내지 않은 것은 화장지 원료인 나무를 절약하는 데 국내외 업체가 모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971년 크리넥스 발매를 시작으로, 뽀삐 화장지(1974년) 등 대표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고, 아기 기저귀와 여성 생리대, 물티슈와 키친타올 등 생활위생용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1984년에는 대표적 기업 사회 공헌 활동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글로벌 제지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제지 플랜트를 직접 설계해 유럽과 남미로 수출했다. 대통령·국무총리 표창과 석탑·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 1995년 유한킴벌리 회장에 취임했고, 한국제지공업연합회장도 맡았다. 이 회장은 생전 "우리나라가 미국, 캐나다, 서유럽에 이어 세계 4대 제지 강국이 되길 꿈꿨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는 1997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 제지 업계가 주관하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 회장은 "화장지도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과 노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마음과 노력이 있다면 일자리도 경제 발전도 모두 따라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이혜정·석우(사업)·재우(키친스토리 이사)씨 등 2남 1녀와 사위 고민환(을지병원 산부인과 교수)씨가 있다. '빅마마'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요리 연구가 혜정씨는 "아버지의 인생을 닮고 싶다. '살아 있는 교과서' 같은 아버지처럼 세상을 향해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