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대통령은 앞에선 좋은 얘기 하지만… 協治하잔 말 허공의 메아리처럼"

  • 기사
  • 잇글링
  • 트위터로 보내기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네이트 뉴스알리미
  • 뉴스젯
  • RSS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 기사목록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입력 : 2018.11.26 03:13 / 수정 : 2018.11.26 14:37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제기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처음 제기한 쪽은 바른미래당이다. 이 당의 김관영(49) 원내대표는 "한국노총 집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여준 모습이 레임덕의 신호"라며 그런 발언을 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는 한국노총의 집회에서 박 시장은 '나는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라고 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바로 얼마 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합의한 사항이었는데, 대놓고 반기를 든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숨죽여 왔던 차기 주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독자 행동을 하는 게 레임덕의 시작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이언주 의원의 개인 인기가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됐으면‐”라고 말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임. /남강호 기자
―한국노총과의 관계에서 의례적인 인사말을 확대 해석하는 게 아닌가. 박 시장은 집회 참석을 청와대에 사전 통보했다고 한다.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 사항을 들었다면 몰라도 집회 현장 연단에 선 것은 상징적 행동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한다는 본인의 소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대권 행보를 위해 한국노총 세력을 외면할 수 없다고 계산한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겨우 1년 반 지났다. 차기 주자가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요즘 경제가 너무 안 좋고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자신과 관련된 조사가 불리하게 진행되자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며 맞받아쳤다. 그 권력이란 결국 청와대나 핵심부 권력을 지칭하지 않나. 그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점점 청와대와 각을 세우게 될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원내 30석인 바른미래당에 대해 고마워할 것 같다. 현 정권의 일방 독주에 자유한국당과 함께 제동을 걸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절반은 호남 기반인데 부담이 없지 않은가?

"야당의 목소리를 내다 보니 한국당과 공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적으로 부담이 있다. 호남에서는 바른미래당을 '보수화된 정당'으로 본다. 주말에 지역구(전북 군산)에 내려가면 '사람은 똑똑하고 잘하는데 당이 그게 뭐냐'는 말을 듣는다."

―호남 사람들은 원래 좌파 진보 성향이어서 급진 좌파 정책을 펴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가, 아니면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그냥 현 정권을 호남 정권으로 인식해 지지하는가?

"김대중 시절부터 민주당을 오래 지지해온 뿌리가 깊어서일 것이다. 물론 지금 민주당은 이념 스펙트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왼쪽으로 가 있다."

―이달 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 간의 만남이 있고서 헤어질 때 따로 문 대통령에게 노란 봉투를 전해줬다는 게 맞나?

"A4 용지 7쪽 분량으로 대통령에게 내 나름의 고언을 담은 보고서였다."

그가 보여준 보고서에는 '경제 투톱(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할 경우 돌려막기 인사를 하면 안 된다' '경제정책의 기조 변화가 중요하고 시장에 새로운 사인을 줘야 한다' '낙하산 인사를 줄이고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비대해진 청와대의 힘을 빼고 책임 내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대다수 국민이 현 정권에 말하고 싶은 내용인데, '잘 읽어 봤다'는 문 대통령의 답례 전화가 있었나?

"그런 전화는 없었고, 청와대 합의 사항을 추진하기 위한 이행 계획을 발표한 날에 인사청문회에서 부결된 환경부 장관을 임명하고 경제 투톱을 홍남기·김수현으로 돌려막기 인사를 했다. 너무 화가 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우리가 청와대에서 협치하자고 한 얘기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됐다. 대통령은 우리 앞에서는 좋은 소리 하고 사진만 찍고…."

―당초에 굳이 대통령에게 따로 전할 보고서까지 갖고 갈 이유가 있었나?

"정말 이 정부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이분이 새정치연합 대표가 됐을 때 자신의 선거 캠프 조직을 총괄 관리했던 한병도(현 정무수석)를 당 조직부총장에 앉히려고 했다. 원래 그 자리에는 자기 오른팔을 앉힌다. 하지만 당내 비문(非文) 진영의 반발에 탕평 인사로 나를 택했다. 그 직책으로 인해 일주일에 세 번씩 이분을 만났다."

―일주일에 세 번 만나고 애정이 있었는데, 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한길·안철수 의원과 함께 짐 싸들고 나왔나?

"문재인과 주위 그룹의 패권 정치를 보고 실망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회의에 참석했지만 의사 결정을 하는 핵심 그룹에는 못 들어갔다. 이분은 조직과 관련된 자기 속내를 내게는 털어놓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대표의 능력에 대해 어떻게 봤나?

"마음은 착한 분인데, 나라의 미래 비전에 대해 자기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나?

"가장 문제가 인사(人事)다. 대통령 취임식 날 '나를 지지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적재적소에 인재를 찾아서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쓰겠다'는 연설을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지하지 않은 인물 중 장관을 뽑은 적 있나. 삼고초려를 해 데려온 사람이 있나. 모두 선거 캠프와 관계됐거나 대통령이 전화할지 모른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에서 골랐다. 인사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별로 실력이 없고 깜도 안 되는 사람이 조직의 장(長)으로 가는 게 반복되면 국정이 돌아갈 수 없다."

―취임 연설 때의 다짐과 달리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인사추천위원장이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자기들 끼리끼리 추천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철학을 같이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인사 배경 설명을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어떤 정책이 집행되려면 자기들끼리로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이종(異種) 교배가 이뤄져야 한다."

―현 정권에서는 솔직히 인사청문회를 왜 여는지 모르겠다. '청문회 따로 임명 따로'가 당연한 것처럼 되고 있다. 마치 '언론과 야당은 짖어라. 우리는 가는 대로 간다'는 식이다.

"박근혜 정권 4년 9개월 동안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 안 된 장관 후보 10명이 임명됐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를 정말 세게 비판했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는 1년반 동안 장관 7명, 헌법재판관 2명, KBS 사장까지 합쳐 벌써 10명을 그렇게 임명했다."

―청문회 소란을 떨고 정부 부처 장관을 임명해본들 실제 모든 정책을 기획·지시·감독하는 쪽은 청와대다. '청와대 정부'라는 조어가 만들어졌듯이.

"가령 경제 관련 정책을 보면 정책실장·경제수석·사회수석·일자리수석, 대통령 직속 일자리부위원장·소득주도성장위원장 등 6명의 '어른'들이 각 부처에 대고 다른 얘기와 주문을 한다. 다 챙겨줘야 하지만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른다. 내 행정고시 동기들이 중앙부처 국장인데 '청와대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게 현실이다."

―바른미래당은 공공 기관에 대한 전수(全數)조사를 해 '박근혜 정부가 1년 6개월 동안 205명의 친박 낙하산 인사를 했지만 현 정부는 1년 4개월 동안 365명의 캠코더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고 공개했다. 의원 숫자가 훨씬 많은 자유한국당보다 낫다.

"근거 자료를 들이대야 상대가 꼼짝 못하는 것이다. 공공 기관의 감사(監事) 자리도 80% 가까이 캠코더 낙하산이었다. 현 정권의 지지 세력이 '적폐'로 몰던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훨씬 더 심하다. 전문성 없는 캠코더 인사로 감사를 임명해놓으니 공공 기관의 채용 비리와 고용 세습을 감시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4%대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을 때 당이 깨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2월 창당했지만 바른미래당이 어떤 정당인지 일반 국민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 폐지 같은 게 우리 당의 상표(商標)라고 할 수 있다. 한 달에 2500만원인 내 원내대표 특활비부터 포기했다. 다른 당에서 '폐지하지 말고 영수증 첨부해서 쓰자'고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민했다. 우리 당에서 반납하니 다른 당에서 안 따라올 수 없었다. 국회 특활비가 65억원인데, 국회의장은 해외에서 쓸 일이 있다고 해 10억원만 남겨두고 다 폐지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 정권이 너무 왼쪽으로 가 있고 여기에 정의당과 민평당이 비슷한 노선이다. 지금으로서는 바른미래당이 중도보다 분명하게 좌파 정권을 견제하는 쪽에 서주기를 원할 것이다.

"당내에서 의견과 생각이 너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반문 연대' 결집에 대해 유보적이다. '반문 연대'의 깃발로 '태극기 세력'과도 손잡는 것은 어렵다."

―보수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 '반문(反文)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보수의 신(新)아이콘'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당의 이언주 의원에 대해서는?

"이 의원의 개인 인기가 우리 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 의원은 창당 공신이다. 어디 갈 생각 말고 여기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본인 역량을 우리 당에 쏟아냈으면 좋겠다."

―전해 듣기로는 이 당의 창업주인 유승민 의원은 이 당에서 마음이 떠난 것 같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로 유승민 대표는 주요 회의에 거의 안 나타난다. 이 당을 만들 때 본인 입으로 '죽음의 계곡을 건너가고 있다. 더 이상 돌아갈 데 없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이분이 돌아간다고 반길 정치 세력도 없다.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 투표와 함께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 수를 나누는 제도)'로 개편돼 당의 상황이 나아지면 유 대표의 활동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

―독일에 간 안철수 의원과는 연락하나?

"독일 가신다고 하길래 '1년 이상 가 계셔라. 국민이 원해야 돌아올 기회가 있다'고 말해줬다. 국내 정치에 엮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연락을 한 번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