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즐거워야 나도 행복… 나는 태생이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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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6 01:51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주연 맡은 김진수

"공연 연습할 때 연출이 그래요. '진수씨, 연기하는데 자꾸 김진수가 나와요.' 저도 모르게 개그맨 시절처럼 관객을 웃기려고 했던 거죠.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배우 김진수(47)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연출 오경택)에 연극배우 이봉련과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영국 극작가 던킨 맥밀런의 작품으로, 우울증을 앓으며 자살을 시도하는 엄마를 위해 '물싸움' '자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 TV 보기' 등 인생에서 빛나는 것들을 쪽지에 적어 건네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3년 영국 러들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시작해 에든버러 여러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호평받은 작품. 이번이 국내 초연으로, 김진수는 천진함과 시련 뒤 찾아오는 쓸쓸함을 오가며 무대의 온도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그는 "늘 해보고 싶었던 1인극이지만, 80분을 쉬지 않고 끌고 나가려니 힘이 든다"며 "살면서 이렇게 술을 안 먹은 적이 처음이다. 원래 한 달에 40번은 먹는데…"라며 다시 웃었다.

김진수는 “한때 순한 이미지가 부담됐지만, 지금은 장점”이라며 “모두에게 웃는 얼굴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1인극이지만 관객의 참여를 통해 다(多)인극으로 바뀌는 작품이다. 관객 6명에게 '수의사' '아버지' '상담선생님' 등 배역을 맡긴다. 짧고 간단한 연기지만 대사와 동작을 관객이 즉석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김진수는 "외국 작품이다 보니 우리 관객과 정서가 맞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고 했다. "잘해 내시는 관객이 더 많아요. 얼마 전엔 70대 남자분께 아버지 역할을 부탁했는데, 결혼 장면에서 '항상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축사를 멋지게 해주셨지요. 꾸밈없는 진심이 묻어나 모두 감동받았습니다."

특유의 따뜻한 웃음과 넉살로 공연을 이끌지만, 작품의 주제는 꽤나 무거운 것들이다. 그는 "결말 역시 비극에 가깝지만,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갖자는 것"이라고 했다. "저도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살면서 힘든 일도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서 인생은 생각지도 않은 쪽으로 바뀌더군요."

대중에겐 여전히 개그맨이란 인식이 크지만, 그는 "일곱 살 때부터 배우의 꿈을 꿨다"고 했다. "엄마 무릎에 앉아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를 봤을 때였어요. 조그만 화면이 엄마를 웃고 울리는 걸 보며 배우를 동경하게 됐죠." 1988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해 장현성, 정웅인 등과 연기를 배웠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학교 동아리 '개그 클럽'이 MBC 프로그램에 섭외되면서 개그맨의 길을 걷게 됐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어요. 수입도 생기면서 자연스레 방송을 하게 됐죠. 하지만 늘 마음속엔 다시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가끔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친구들에게 술 사며 얘기 듣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지요."

2010년 뮤지컬 '삼총사'를 시작으로 연극 '너와 함께라면' '톡톡'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요즘엔 공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화에도 참여했다. 그는 "예전엔 '나는 방송에 나오니 무대에 서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나를 찾는 곳이 있다면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태생이 남들이 즐거워야 저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라…. 예전엔 웃음 하나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감정들로 삶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공연은 이달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