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스윙, 죽기 살기로 개발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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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7 01:41

JGTO 우승 골퍼 최호성 인터뷰… '늦게 핀 꽃'이라며 일본서 큰 인기

"정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많은 사람이 제가 하는 일을 기뻐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해요."

지난 주말 일본 도쿄의 요미우리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즌 최종전 JT컵에서 만난 최호성(45)은 나지막하고 조심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쇼맨십으로 인기를 끄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했다. 그는 "한번 실수로 '죽느냐 사느냐'가 갈리는 프로 골프 무대에서 허튼짓을 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오렌지색 모자에 오렌지색 신발을 신은 채 '피셔맨(fisherman·낚시꾼) 스윙'으로 일본 골프 팬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지만 '토라상(토라는 최호성의 이름 가운데 글자인 호랑이 호(虎) 자의 일본 발음)'은 인터뷰에서는 '헝그리 정신'이 풍기는 비장한 승부사의 언어를 썼다.

막노동과 수퍼마켓 배달을 하다 20대에 골프를 시작한 최호성은 희한한 스윙으로 40대에 꽃을 피웠다. 지난 2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 최종전 JT컵에서 나온 최호성의 드라이버 스윙 피니시 모습. /민수용 골프사진 전문작가

'피셔맨 스윙'은 임팩트까지는 프로다운 스윙을 하지만 클럽을 낚아채듯 들어 올리는 피니시 동작이 낚시와 닮았다고 붙은 별칭이다. 한 바퀴, 두 바퀴 몸을 뱅글뱅글 돌리고 허리가 뒤로 90도 가깝게 젖혀지기도 한다. 퍼팅할 때도 몸을 쓴다. 피니시를 제대로 못하는 주말 골퍼들의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갖가지 진기한 동작들이 나온다. 마지막 날 이글을 잡을 때는 그린에서도 두 바퀴나 몸을 썼다. 최호성은 "어려서부터 골프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어서 철저히 '감(感)의 골프'를 합니다. 순간적으로 몸을 쓰면 비거리가 늘고 구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개발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토라상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일본 언론이 그를 조명한다. 스윙을 분석하고, 그의 인생 역정을 조명하고, 왜 이렇게 많은 팬이 한국에서 온 골퍼에게 열광하는지 반응을 전한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스윙의 겉모습 때문에 '토라상'이 빅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요시타케 시즈요 부편집장은 "토라상이 20대에 골프를 시작하고 갖은 고생을 겪은 끝에 40대 후반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사실을 일본 팬들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뒤늦게 꽃피기 시작함을 이르는 '오소자키(遲�き)'란 일본 단어가 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 것처럼 일본에도 이런 이들에 대한 오랜 응원 문화가 있다. 최호성은 포항 수산고 3학년 시절, 현장 실습으로 간 참치 해체 작업장에서 전기 톱날에 오른손 엄지 한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뱃살을 이식했지만 지금도 불편을 겪고 있다. 이후 막노동, 광산일, 수퍼마켓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하다 우연히 골프장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스물여섯 나이에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한때 다른 골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호성은 "살아남기 위해 골프에만 온 신경을 썼다"면서 "요즘 많은 분께 과분한 관심을 받아서인지 인상이 편안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난달 5년 8개월 만에 통산 4승째(한국 2승, 일본 2승)를 올렸다. 6년 전 일본 무대로 옮긴 최호성을 초기부터 응원하는 한 일본 팬은 이렇게 말했다. "토라상처럼 1번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흥미진진하게 경기하는 프로는 그 말고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그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응원을 포기할 수 없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