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백병원·인제대 首長… 한국 의료계 일으켜 세운 巨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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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7 23:53

백낙환 前 인제학원 이사장 별세
납북된 큰아버지 병원 이어받아 年 450만명 진료 기관으로 일궈

한국 의료계의 거목인 인당(仁堂) 백낙환(92·사진) 전 인제학원 이사장이 7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1926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백병원을 창립한 큰아버지 백인제 박사의 뜻에 따라 경성제대 예과(서울대 의대 전신)에 진학해 외과 의사의 길을 걸었다. 6·25전쟁 중 백인제 박사가 납북되자 백병원은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다. 당시 백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고인은 1961년 백병원 3대 원장으로 취임해 병원을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다. 결국 서울백병원 재건에 성공한 고인은 1979년 부산백병원, 1989년 상계백병원, 1999년 일산백병원, 2010년 해운대백병원 등 5개 백병원을 세워 현재 3500병상에서 연간 450만명을 진료하는 의료 기관으로 일궈냈다.

고인은 뛰어난 병원 경영자이며 교육자였을 뿐 아니라 외과 의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국내 최초로 소아 선천성 거대결장에 대한 '스완슨 수술법' '골반내장전적출술' 등을 시행했다. 1984년 대한병원협회 회장(22~23대), 대한외과학회 회장(37대), 한국병원경영학회 초대 회장, 대한소화기병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의료계 발전에 기여했다.

고인은 1979년 큰아버지 이름을 딴 인제의과대를 세웠다. 백병원의 '인술제세(仁術濟世·인술로 세상을 구한다)' 정신에 '인덕제세(仁德濟世·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를 더해 창학 이념으로 삼았다. 고인은 인제의과대가 종합대학인 인제대학교로 승격된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총장을 지냈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장으로 일했다. 1990년 총장 재임 때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사재를 털어 '인당장학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고교생과 대학생 2400여 명에게 30억원 넘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인제학원 이사장 시절인 1996년 고인은 낙동강 을숙도에서 '환경 보전을 위한 인제대 선언'을 발표하고 인제학원 구성원들과 '낙동강 살리기 환경 정화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낙동강 하류 을숙도 등지서 쓰레기 줍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 2009년 '제15회 한·일 국제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통일을 염원하며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1981~87년)을 역임했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 수행단원을 지냈다. 북한에 수액 공장을 세우고 개성공단 내 응급 의료 시설을 운영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 활동도 펼쳤다. 제2대 서재필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성산 장기려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도산 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았다. 민족정신 함양에 기여한 공로로 1983년 국민훈장 목련장, 200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2010년 보훈문화상과 부산흥사단 존경받는 인물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숙란 여사와 아들 백계형·도형(숭실대 철학과 교수)씨, 딸 수경·진경(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씨, 사위 전병철(인제대 나노공학부 교수)씨, 며느리 엄인경·김혜경(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씨가 있다. 빈소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2)207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