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3할 타자' 장효조 삼성 2군 감독 암투병 끝에 별세]
83년 삼성 입단 이후 3년 연속 수위타자 기록
7월 올스타전때 몸에 이상… "선수들에 알리지 말라" 당부

'역대 최고의 교(巧)타자' '안타 제조기' '영원한 3할 타자' '타격의 달인'….

숱한 수식어가 따라붙던 '프로야구의 전설' 장효조(55) 삼성 2군 감독이 7일 오전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제 막 지도자로서 꽃을 피우려던 그였기에 허망하고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장효조 감독은 현역 시절 불세출의 타자로 통했다. 수위 타자(타율 1위) 4회(1983·1985·1986·1987), 최다 안타 1회(1983)를 차지했고, 1983년부터 5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3년 연속 수위 타자에 오른 선수는 장 감독밖에 없다.

장 감독은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한양대를 졸업하고 실업야구 포철과 육군 경리단(현 상무)을 거쳐 1983년 삼성에 입단했다. 입단 첫해부터 수위 타자(0.369)와 최다 안타왕(117개), 장타율 1위(0.618), 출루율 1위(0.475) 등 타격 4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러나 상복은 따르지 않았다. 1983년 신인왕 투표에서도 OB 박종훈(현 LG 감독)에게 밀렸다. '나이(당시 27세)가 많아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하고도 최우수선수상(MVP)은 1987년 딱 한 번 받았다.

장 감독은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구단과 연봉 문제로 갈등하던 그는 1988년 시즌 후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1991년 타격 2위(0.347)에 올랐지만 이듬해 타율이 2할대(0.265)로 떨어지자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그의 나이 36세였다.

장 감독의 프로 통산 타율은 0.331로 역대 1위다. 프로 생활 10년간 타율이 3할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단 두 번(1990·1992)밖에 없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은 친다'는 찬사는 장 감독을 위한 것이었다.

그가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지독한 연습과 연구였다. 그는 중학교 입학 당시 키가 150㎝ 정도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때는 작은 키 때문에 야구부 입단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살아남기 위해' 중학교 시절부터 수비진의 빈틈으로 타구를 보내는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방향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마음먹은 대로 공을 때려내는 일명 '부챗살 타법(광각 타법)'을 체득한 것이다.

독한 연습은 대학과 프로에 와서도 계속됐다. 그의 고교·대학 2년 후배인 김시진 넥센 감독은 "(장)효조 형은 타격이 좋지 않으면 숙소 방에서 새벽 3시까지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했다.

은퇴 후 장 감독은 롯데 코치(1993~ 1998), 삼성 코치(2000), 삼성 스카우트(2005~2009) 등을 거쳐 2009년 삼성 2군 코치를 맡았다. 올해 초에는 2군 감독으로 승격됐다. 오랜 스카우트 경험을 바탕으로 이영욱·배영섭·모상기 등의 타자를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도자로서 막 호평을 받고 있던 장 감독을 무너뜨린 것은 병마였다. 그는 올해 7월 말 올스타전을 전후로 몸에 이상을 느꼈다. 갑작스레 살이 빠지고 피로가 몰려 왔다. 지난달 초 병원 검진 결과는 간암과 위암 말기. 의료진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장 감독은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옮겨 마지막 요양 치료를 받았다.

장 감독은 끝까지 자존심과 책임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충격에 빠질 것을 걱정해 구단 측에 "투병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만수 SK 감독 등 절친한 후배들의 문병도 거절했다.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장 감독과 팬들의 마지막 만남은 올해 올스타전이었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실시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서 외야수 부문 1위로 뽑혔다. 선·후배들과 함께 올스타전에 초청된 장 감독은 멋진 리무진에서 내리며 잠실구장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을 팬들은 몰랐다.

장 감독의 타계 사실이 알려진 7일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팬과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묵념하며 떠나간 '전설'을 기렸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경화(54)씨와 장남 장의태(27)씨가 있다. 빈소 부산 동아대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51)256-7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