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6곳 거의 쉼없이 돌아… 영남같은 열기는 적어
"반쪽짜리 대한민국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4·11 총선 선거운동 기간 첫날인 28일 서울과 경기도의 16개 선거구를 돌았다. 그는 가는 곳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선동하고 편 가르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다. 후보들도 "미래 대통령 박근혜와 함께"를 외치는 등, 새누리당은 현(現)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모두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 아래 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출구에서 시민들에게 "안녕하세요" 하며 악수를 건네는 것으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한 60대 여성은 "너무 고우시네요" 하며 손을 놓지 않았고, 가던 길을 되돌아와 악수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 중에는 짜증을 내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옆에 서 있던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악수를) 잘 안 받아주시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영등포·양천·강서 등 서울 서남부권에서 유세를 시작, 중구·종로·동대문 등 도심을 거쳐 성동·광진·강동으로 동진(東進)했다. 이어 경기 하남·광주·성남 일대를 방문했다. 오후가 되면서 성동·광진·강동 등에는 인파가 300~500명 몰리기도 했지만, 부산·대구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오른 손목이 아픈지 악수를 하지 않을 때는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계속 주물렀다. 오른 손목에는 밴드가 붙어 있었다. 수도권이 이번 총선의 승부처이지만 '박근혜' 이외에는 내세울 무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딜레마다. 선대위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메시'처럼 박 위원장이 접전 지역을 휘젓고 돌아다니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라고 했다.

이날 박 위원장이 방문한 16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는 친박 인사들이 후보였다. 당 관계자는 "초박빙 지역부터 가되, 동일 시간에 가장 많은 지역을 가기 위해 동선 중간에 위치한 곳도 들렀다"면서 "친이·친박은 따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종로 홍사덕, 중구 정진석 후보의 합동 유세가 열린 청계광장의 유세차 위에서는 "새누리당은 반쪽짜리 대한민국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미 동맹 폐기 등 이념 문제로 싸우면 민생 문제는 어떻게 되나. 저희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라고 했다.

한명숙, 8곳 밀착유세… 朴에 맞설만한 얼굴 없어 고민
심판대상 5인방 지역 공략 "李정권 4년간 얼마나 힘들었나… 이번 총선서 반드시 바꿔야"

29일 오후 6시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정세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차에 올라 "벌써 목이 쉰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1일 목감기 증상인 급성 인두염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한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6개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매번 유세차에 올라 20여분씩 발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0시 동대문시장 방문, 오전 11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과의 공동유세까지 포함하면 8곳이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30~40분 단위로 16개 지역구를 찾은 데 비해 한 대표는 1시간30분 단위로 돌아다녔다. 대신 매번 마이크를 잡고 찬찬히 지지유세를 했다. 당 관계자는 "대선 주자급인 박 위원장의 파괴력이 큰 만큼 한 대표는 좀더 오래 머물며 한 사람이라도 더 악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세의 포인트는 이른바 '5적 잡기'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후보 5명을 정한 상태다. 종로 홍사덕, 동대문을 홍준표, 은평을 이재오, 영등포을 권영세, 강남을 김종훈 후보 등이다.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만들어낸 조어(造語) '이명박근혜'를 상징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명숙 대표의 이날 유세 지역에는 이들 5개 지역이 모두 포함됐다.

한 대표는 이날 가는 곳마다 마이크를 잡고 "이명박 정권 4년 오래 기다리셨다. 얼마나 힘드셨냐"면서 "이번 총선은 바꾸는 선거이고 심판하는 선거다. 두 번 속으면 대한민국이 추락한다"고 했다. 정동영 고문이 나선 강남을에 가서는 "이 강남 땅은 민주당이 언감생심 발을 들이지 못했던 곳"이라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 대표 측에도 큰 고민이 있다. 이번 총선이 '예비 대선' 성격이 있는데도 최대 승부처인 서울·수도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에 맞설 만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이해찬·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은 지역구에 나가 있고, 손학규 고문 정도가 한 대표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도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천호선 공동대변인이 지역구에 나가 있어 이정희·유시민 공동대표 정도만 여력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비중과 무게감이 박 위원장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데 고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