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달새 다섯번 PK - 盧 前대통령 고향 김해 찾아 "잘못된 정치, 확 바꾸자"
문재인도 김해로 - "노무현의 정신 지켜달라" 낙동강 벨트 親盧후보 지원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일 부산·경남 지역에서 동시에 4·11 총선 유세전을 벌였다. 부산·경남은 수도권과 함께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두 사람이 한 날 한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펼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북구와 사상구를 시작으로 사하구, 진구, 남구, 경남 김해, 창원, 진주, 거제 등 11개 선거구를 돌며 지원 유세를 했다. 박 위원장의 부산·경남 방문은 지난 2월 이후 다섯 번째이며, 지난달 27일 이후 5일 만이다. 박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주축으로 한 친노(親盧) 인사들이 대거 출마한 부산 서부지역 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도 찾았다. 오른손이 부어올라 붕대를 감은 채 유세 차에 오른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어려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맞서 문재인 고문도 전날 문성근 후보가 출마한 부산 북·강서을을 찾아 지원유세를 한 데 이어 이날도 자신이 출마한 사상구를 비워놓고 친노 후보 지원에 나섰다.

문 고문은 특히 박근혜 위원장이 김해를 방문한 시각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선거구인 김해을 지역에서 유세를 했다. 문 고문은 김해 지역 상가와 공원 등을 돌며 "노무현 정신의 상징인 김해를 지켜달라"며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문 고문은 부산·경남 지역의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서 승리하기 위해 앞으로 지원유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은 이날 서로를 직접 공격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이 현 정권에서 이뤄진 불법사찰의 증거라며 공개한 2600여건의 문건 중 80%는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됐다는 청와대 발표를 거론하며 "이런 일들이 그동안 벌어지고 있었구나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지난 정권, 이번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사찰했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이러한 잘못된 정치, 이제 확 바꿔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불법사찰에 관한 한 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청산 대상이며 노무현 청와대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 고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문 고문은 그러나 이날 김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참여정부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직자들의 비리나 부패, 탈법이나 탈선 등 공직기강 문제에 대해서만 적법한 복무감찰을 했다. (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잘못된 것을 바로잡음) 차원에서 응당 해야 할 일"이라며 "참여정부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무원들을 불법 사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이날 '노무현 정부에서도 다수의 민간인, 여야 국회의원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힌 데 대해 "대부분은 단순한 경찰 정보 보고"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이날 "2년 전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박 위원장은 침묵하고 방조했다. 권력의 범죄은닉을 방조한 것"이라고 박 위원장을 직접 공격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 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