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급부상한 친박

4·11 총선을 통해 친(親)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출마한 친박 핵심 인사들은 대부분 당선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경기 김포) 의원과 현 비서실장인 이학재(인천 서구) 의원이 나란히 당선됐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위원장의 수행단장을 한 한선교(경기 용인병) 의원과 안보 참모 역할을 해온 황진하(경기 파주을) 의원은 3선에 성공했고,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도 재선했다.

영남권에선 지난 대선 경선 때 박 위원장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의원과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이 여유 있게 3선에 성공했다. 박 위원장의 경제 참모인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은 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도전을 물리치고 4선을 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부산의 서병수(해운대·기장갑) 의원도 4선에 올랐다.

박 위원장의 원외(院外) 핵심 인사였던 강창희(대전 중구) 후보는 17·18대 때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엔 자유선진당 권선택 후보를 상대로 6선에 성공했다. 박 위원장의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후보도 18대 때 낙천됐으나 이번엔 여유 있게 당선됨으로써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7선(選)에 도전한 홍사덕 의원은 민주당 정세균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낙선했다.그는 당선될 경우 국회의장이 유력했었다.

당 사무총장을 맡아 이번 총선 공천 실무를 주도했던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의원도 MBC 앵커 출신인 민주당 신경민 후보에게 패해 4선에 실패했다.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의원과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김선동(서울 도봉을)의원도 각각 민주당 우상호·유인태 후보에게 밀렸다. 박 위원장의 공보특보를 지낸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도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강창희·이한구·최경환·유승민·서병수·유정복 등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 중진들이 전면에 나서 당을 주도하며 연말 대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좌장을 인정하지 않는 박 위원장의 성격상 이들뿐 아니라 이번에 낙선한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함께 막후에서 박 위원장의 대선 가도를 준비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 홍준표(왼쪽)와 박형준.

직격탄 맞은 친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새누리당의 옛 친이(親李)계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탈락했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 100석 안팎을 차지하며 한나라당을 장악했던 친이계는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32명이 탈락한 데 이어 총선에 나선 후보들도 상당수가 떨어졌다. 정치권에선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이명박 정권심판’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상당수가 낙선했다. 현 정권 출범 후 첫 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내며 범(汎)친이계로 분류됐던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의원은 민주당 민병두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홍 의원은 이날 개표가 시작된 직후 트위터에서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합니다”라며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지만 정권 출범 직후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정태근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성북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박선규(서울 영등포갑·전 청와대 대변인)·김연광(인천 부평을·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후보 등 청와대 참모 출신들도 야권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정태근 의원과 함께 이명박 정권 출범의 주역이었으나 역시 비주류 노선을 걸었던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은 민주당 김영호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했다. 여권의 텃밭인 영남권과 충청·강원 지역의 일부 친이계 후보들은 살아남았다.

현 정부 초대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과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부산 지역 좌장을 맡았던 정의화(부산 중·동구) 의원은 야당 후보를 꺾었다. 이병석(경북 포항북)·이군현(경남 통영·고성)·조해진(경남 밀양·창녕) 의원 등도 야권 후보를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