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는 길, 넘어야 할 현실
①권력의지 부족… 검증도 안 돼 - 정치에 회의적 얘기 자주 해, 일부 정치인 "대선 완주 의문"
②자기 세력 없어 - 특정 진영에 속하는 것 거부… 현재 지지율 쉽게 무너질수도
③정치경험 전무 - 국정 비전·철학 불확실… 32%가 "국정운영 못할 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의 길로 나설지는 총선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의 핵심 측근은 "안 원장은 지금 '과연 정치를 해야 하나' '역할은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하고 있다"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면 대선출마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걸 결정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한계가 일정 부분 드러난 이후 야권 일부에서 안 원장의 등판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조기등판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편중되지 않은 폭넓은 지지세가 강점

안 원장은 특정 정파나 지역·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20·30대와 중도층에선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리서치의 대선주자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20대에서 64.7% 대 24.7%, 30대 57.9% 대 33.3%로 크게 앞섰고, 40대에서도 47.3% 대 39.1%로 앞섰다. 무당파 층에서도 안 원장은 31.5%로 박 위원장(21.3%)에 앞섰다. 다른 후보에 비해 지역적 지지율 편차도 적었다.

안 원장의 폭넓은 지지세는 '합리적 중도' 이미지 때문이다. 안 원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좌우) 근본주의자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이나 극단적 보수와는 함께 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진보 편향 노선에 대해 안 원장은 '찬성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했고, 안 원장 측근은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분명 해야 하는데 '리튜닝'(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 원장이 좌우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채 거국내각을 운영하는 '무당파 대통령'을 구상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핵심지지층 없고 검증도 안 돼

①권력의지 부족, 검증 안 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정말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대선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상황논리를 대는 것이 우유부단하고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대통령의 중요 덕목인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고,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이 있고, 검증도 안됐다"고 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안 원장이 국정을 잘 할 것이라는 응답은 49.4%였지만, 못할 것이라는 응답도 32.5%에 달했다.

②자기 세력이 없다

안 원장은 여의도 정치권에선 확실한 지지세력이 없다. 본인 스스로도 진보·보수 어느 진영에 속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이념적으로 확실한 지지층이 없다. 현재의 지지율이 부서지기 쉬운 유리그룻 같다는 것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총선에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밝히고 민주당을 도왔어야 했는데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선에선 세력화가 필요한데, 기존 정치를 거부하다 보니 개인 정치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지지를 못받고 지지율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③정치경험이 없다

안 원장은 현실정치와 행정 경험이 없다. 그의 국정 비전과 철학이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상적인 정치 원칙만 내세우다 실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은 자신을 도우려는 정치인들과 만났을 때 정치에 대해 회의적인 얘기를 자주 한다"며 "대선을 완주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