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는 길, 강점과 약점]
①그만의 무기 - 서울서 친박후보 대거 낙선 속 野 공세 뚫고 2번 연속 당선
非朴연대의 핵심 될 수도… 실물경제에 밝은 면도 부각
②넘어야 할 현실 - 당내 세력 기반 약하고
지지율 1~3%대 머물러… 재벌 2세 출신도 부담으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을)은 2002년 8월 초 SBS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32.0%를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1.6%)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23.7%)에 앞선 1위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 의원은 현재 각종 조사에서 1~3%대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한참 뒤처져 있다. 그런데도 그는 누구 못지않게 대선준비를 많이 해왔고, 출마 의지도 강하다.

◇"정 의원에겐 3대 강점이 있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동작구의 새누리당 정당득표율(40.7%)보다 10.1%포인트 높은 50.8%를 얻었다. 새누리당의 서울 지역 당선자 중 정당득표율 대비 지역구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정 의원은 울산에서 5선(選) 한 후 18대 총선부터 두 번 연속 동작을에서 당선됐다.

정 의원 측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하는데 친박계 후보들이 대거 낙선해 박 위원장은 한계를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서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정 의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원도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는 어제 내려 녹아버린 눈과 같다. 대선 때 국민의 선택은 총선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또 "앞으로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면 비박(非朴) 후보들이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김문수 경기지사나 이재오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과 뜻을 같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이 '비박 연대'를 바탕으로 박 위원장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당 안팎의 비박 세력과 연대 후 단일화를 통해 박 위원장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면 승부는 해볼 만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무분별한 복지 확대라는 '독(毒)'을 막기 위해 똑같이 독을 쓴 셈"이라며 "하지만 연말 대선에선 경제에 대한 후보의 비전이 제1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측근은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 쌓아온 정 의원의 실물경제 경험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결국 지도자의 정책 역량이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역량에서 박 위원장과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낮은 지지율·세력 부족·재벌 2세 출신 등 약점

여권에선 "이번 총선을 거치며 정 의원의 당내 세력 기반이 더 위축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와 가까운 이사철·전여옥·정양석 의원 등은 공천에 탈락하거나 낙선했다. 정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공천제도와 사당화(私黨化)를 통해 형성된 세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 전 대표가 세(勢) 부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의 현재 지지율(1~3%대)이 세 부족을 보완하기에 턱없이 낮은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2년엔 월드컵 성공을 통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까지 올랐고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2009년에는 지지율이 10%를 넘기기도 했지만, 박 위원장이 작년 연말 정치 전면에 나선 이후 좀처럼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 의원은 "박 위원장의 엄청난 언론 노출도를 생각해보라.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재벌 2세' 출신이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의원은 그러나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수출 중심의 기업으로 동네 상권을 잠식하는 문어발식 대기업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보유 주식 처분 여부에 대해 "국민과 관련 기관(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