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같은 당 소속 朴시장 작심 비판]
"토목사업 추진 지나치게 경직, 시민 삶과 직결되는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강변 텃밭·주택 정책 등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 들어… 소통 부족해 정부와 마찰"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같은 민주통합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그간 시정(市政)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허 의장은 18일 열린 237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이라며 "(박 시장이 취임 후)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우선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아깝게 날려버린 서울의 국제 홍보 마케팅 기회나 돌고래쇼 중단 발표 등은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갈등을 빚은 한강변 텃밭 가꾸기 사업과 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계획 수립이 면밀하지 못했고, 계획 수립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소통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허 의장은 또 "토목사업 추진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보여주기식 선심성 토목사업은 없애야 하겠지만 도로, 교통시설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개회사에서 같은 당 시장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낸 허 의장과 이날 오후 인터뷰했다.

―개회사 발표에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질책성 발언이 많아 의외였다.

"의회란 언제나 견제·감시 기능이 있어야 한다. 박 시장이 취임 후 6개월 동안 시정을 잘 이끌어 왔지만 우려되고 염려되는 부분도 있어 느낀 그대로 말한 것이다. 어떤 일이 꼬이기 전에 집행부에 사전 조언도 하고, 방향 제시 역할도 하는 것이 의회다."

―'박 시장이 너무 많은 말을 한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어떤 의미인가.

"의욕이 너무 앞섰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에서 활약하며 나눔과 배려 등 여러 아이디어를 갖고 시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들을 제도권 안에서 펼치기 위해 너무 숨 가쁘게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실에 간이침대를 뒀다는 말까지 들었다. 열정은 좋지만 한꺼번에 쏟아내면 오히려 적체되고,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명분에 집착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서울 홍보 기회' 등 실리를 놓쳤다는 지적의 뜻은.

"오세훈 전(前) 시장에 대해선 전시성 행정을 펼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를 의식한 탓인지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멈춰 있거나 움츠러드는 모습이 보인다. 과거 정책과 무조건 대치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좋을 게 없고,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킨다."

―토목사업 추진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도 같은 의미인가.

"최근 기업체나 시민 참가 행사에 가보니 '박 시장은 토목공사는 아예 안 한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더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설과 상습 정체구간인 서부·동부간선도로 개선 사업, 경인고속도로 신월IC~여의대로로 지하터널을 뚫는 서울 제물포터널 건설 등도 멈춰있다는 오해가 있다. 이것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마곡지구 개발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한강변 텃밭 가꾸기 사업, 주택 정책 등에서 서울시가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도 지적했는데.

"역시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었다. 정부와도 협력과 조정 과정이 필요한데, 이들 사업 시행에서는 소통이 좀 부족했던 느낌이었다. 필요에 따라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은 해야 한다."

―박 시장의 6개월 시정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아직 6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성적을 내기는 좀 조심스럽다. (웃음) 상중하를 따지자면 그래도 '상'을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