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은 19일 여야가 합의처리 하려는‘몸싸움 방지법’에대해“지금 개정안으로는 국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으니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눈은 말똥, 몸은 잠근 것 같은 '록 인 신드롬' 빠뜨릴 것… 쟁점법안 등 중요상황땐 문제"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이 여야(與野)가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몸싸움 방지법, 본지 18·19일자 A1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 의장은 이날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지금 개정안으로는 국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한 수정안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정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회견을 갖고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회 사무처 고위 관계자는 "정 의장이 선진국회를 만들겠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 될까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법안의 수정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통화에서 "지금 개정안은 국회를 '록 인(lock-in) 신드롬'에 빠뜨릴 것"이라며 "눈은 말똥말똥한데 몸은 자물쇠로 잠가놓은 것처럼 꼼짝 못하고, 말은 못하게 되는 국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패스트트랙(법안 신속처리제)이라는 보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음에도, 60%라는 '절대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작동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정 의장은 "일상적인 법안 처리는 돌아가겠지만 쟁점법안 등 중요한 상황에 가면 (여야 대치로) 자물쇠가 잠겨져 버릴 수 있다"며 "그것을 푸는 (더욱 확실한) 장치 없이 이 법이 통과되면 곤란하다"고 했다.

정 의장은 "몸싸움 방지법이 결국 최루탄 국회, 해머 국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몸싸움 방지가 되는 게 아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의 과반을 외부 인사로 하고 윤리위의 결정을 국회가 뒤집지 못하도록 해야 몸싸움이 추방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야가 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막을 수단은 없다. 정 의장은 "이 법은 2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됐는데 공청회 한 번 없었고, 19대 국회 운영의 룰을 임기 말의 18대 국회가 정하는 것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