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방명록에 ‘대한민국 선진통일 강대국으로!’라고 썼다. /뉴시스

[전격 대선 출사표 던져]
막연한 대세론은 거품 - 2년반 투옥 운동권 생활
국민 4분의 1이 사는 경기도 지사로서 6년 행정 경험… 분열된 사회 통합할 사람은 나
"서민이 서민 대변" - 젊을 때 공장노동자 7년, 지금 재산은 4억
주말마다 택시 운전… 딸·사위도 사회복지사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자 당 안팎에선 "의외로 빠른 결단"이라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현직 지사인 만큼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더라도 막판에 가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실제로 측근들은 지난주 초 김 지사에게 출마 여부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지난 19일 차명진 의원 등 일부 측근에게 "대선 캠프를 준비해달라"는 뜻을 처음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문제였고, 지난 주말 '고민의 비등점'을 넘어서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 측근은 "우리도 김 지사가 이렇게 빨리 결단을 내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일단 결정한 만큼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국민 통합 적임자"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자금·인력·조직이 없고 대세론도 없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치기라고 만류하는 분도 많았다"며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오직 앞을 보고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국민 통합"이라면서 자신이 지역·세대·계층 갈등을 치유할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7년간 공장 노동자로 살고 2년 6개월 동안 투옥됐던 운동권이었지만, 나이 들어 자유 시장의 가치와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다"며 "이러한 좌우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여 부정을 긍정으로, 좌절을 희망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또 경기지사로서 실적을 내세웠다. "국민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경기 지사로 6년간 실체적인 경험을 쌓았다"며 "실제로 전국에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의 절반 정도를 경기도가 만들어 냈다"고 했다. "경기도가 청렴도 종합 1위이고 수질도 13년 만에 최고를 만들어냈으며 무한 돌봄 복지도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고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막연한 대세론을 갖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본다"며 "제가 경선에서 이긴다면 대선에서 필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인생 스토리로 승부 걸겠다"

김 지사는 서울대 재학 시절인 1970년대에는 교련 반대 시위와 민청학련 사건으로 두 차례 제적됐고, 입학 후 25년 만인 1994년 8월 졸업장을 받았다. 노동운동 시절엔 돈이 없어 암에 걸린 어머니에게 초가지붕에서 잡은 굼벵이를 볶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976년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맡아 현장 활동가로 유명해졌고, 민주화 운동 등으로 2년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현재 김 지사의 재산은 약 4억원이다. 딸과 사위가 모두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나야말로 진짜 서민"이라고 한다. 지금도 주말마다 택시 운전을 한다. 택시로 경기도 31개 시·군을 모두 돌았으며 최근엔 서울 택시기사 자격증도 땄다.

14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중 이익 대변'을 기치로 민중당 창당에 참여했고,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극적인 변신을 해 신한국당 부천 소사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 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 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에도 부천 소사에 출마했던 그때의 정신으로 뛰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여야 정치 원로를 모두 만난다는 계획이다.

그는 대선 캠프를 약 20명 안팎의 핵심 참모로만 꾸려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이 1인당 1000만원씩 걷어 운영 경비를 대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김 지사는 작은 승합차 안에 이동 사무실을 차려 전국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조만간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비박(非朴)계 의원들을 모아 '비박계 회동'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