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이건희 회장의 형 이맹희씨, 이건희 회장의 둘째누나 이숙희씨.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날 쳐다보지도 못하던 양반이"… 청와대 사카린 밀수 투서 거론
금성家 결혼 이숙희씨에겐 "보통 정신을 가지고 떠드는 게 아니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전(前) 제일비료 회장과 이숙희씨 등 두 형제에 대해 또 한 차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형인 맹희씨에 대해서는 "우리 집에서는 퇴출된 양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회장은 24일 오전 7시 15분쯤 삼성전자 서초동 본관으로 출근했다. 이 회장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입구 쪽으로 다가가다가 다시 기자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들이 "이건희 회장의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는 이맹희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회장은 "여러분들이 이맹희 회장하고 나하고 1대1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그 양반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군사정권을 말한 듯)에 고소를 하고 아버지를 형무소 넣겠다고 그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을 했던 양반이며, (그로 인해) 우리 집에서 퇴출된 양반"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30년 전 4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군대에 고소했다'는 것은 이 회장의 군 문제로 고발했던 것이 아니라 1966년 삼성 소유였던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청와대 투서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국비료는 인공감미료인 사카린 2259포대(약 55t)를 건설자재로 꾸며 밀수하다가 들통이 났다. 이로 인해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둘째 아들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작고)이 6개월간 실형을 살았다. 청와대 투서사건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969년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복귀를 추진하던 중에 불거졌다. 사카린 밀수와 탈세, 외화도피 등 이병철 창업주를 고발하는 내용의 투서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이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에게 상속재산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이맹희씨는 이후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생 창희가 투서를 했는데, 아버지는 내가 가담을 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날 청와대 투서사건을 형인 이맹희씨가 주도했으며, 이로 인해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가문에서도 퇴출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맹희씨가)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내는 꼴을 못 봤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날 쳐다보지도 못하던 양반이다"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둘째 누나인 이숙희씨에 대해서는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愛女)였다. 금성(현 LG)으로 시집을 갔는데, (삼성이 금성이 하고 있던) 전자사업을 한다고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에 와서 떼를 썼다. 보통 정신을 가지고 떠드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당시 아버지가 '어떻게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그렇게 삼성전자가 경계가 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숙희씨는 1957년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구 회장은 당시 삼성에서 호텔신라 사장, 에버랜드(당시 중앙개발) 사장을 맡을 정도로 장인인 이병철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삼성·LG 두 그룹의 관계도 돈독했다. 하지만 삼성이 금성이 하던 전자사업에 뛰어들면서 두 그룹 간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

[InfoGraphics] 한눈에 보는 삼성家 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