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맞은 박원순 시장
서울시장 해보니 - 시정 방대하고 복잡해도 시민 삶의 변화 보며 보람
9호선과 협상은 - 對시민 사과가 전제조건… 협상 땐 요금인상 폭 등 논의
파이시티 사업 -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 취소할 사유 있는지 검토 중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탁'치면 다른 곳에서 '쏙' 올라오고…. 그래도 작은 정책 하나를 바꿔 시민의 삶이 조금씩 바뀌는 그런 재미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시장실에서 취임 6개월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뉴타운 출구 전략, 보도블록 공사 관행 개선 등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이를 박 시장은 이슈가 하나 마무리될 무렵이면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는 '두더지 게임'(두더지가 올라오면 망치로 두들겨서 맞히는 오락)에 비유했다.

―취임 6개월이다. 감회가 어떤가.

"(서울시장 자리는)'할 만하다'고 생각해야 '고해(苦海)'를 건널 수 있다. 서울시정은 방대하고 복잡하며, 다중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래도 시민의 삶이 변하는 과정을 보면 보람이 있다."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문제는 어떻게 보나.

"여러 가지로 억지·무리였다. (대규모 판매·업무시설을 인·허가해준 것은)외부 정치세력이 개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당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그간 보도만으로도 이미 부적절하다는 게 나와 있지 않은가.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할 사유가 있는지 검토해보고 있다."

―자체 감사 계획은 있나. 당시 시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수사를 한다고 해도 '강제 수사권'이 없으니 (비리를)밝히기는 어렵다."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메트로9호선㈜이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요금 인상 문제는 서로 검토하고 합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 민간투자사업에 대한)굉장히 본질적인 질문도 많이 나와 검토해야 한다. 협상을 시작하려면 (메트로9호선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보한 데 대한)대시민 사과가 전제 조건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 (요금을 올릴지, 얼마나 올릴지 등에 대해)협상할 것이다. 또 2005년 당초 계약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니, 이 문제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자사업과 관련, '세빛둥둥섬'도 개장이 지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애초에 왜 그런 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독단적으로 진행한 것 아닌가. 한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왜 이런 식으로 인공섬을 세웠는지 알 수 없다. 시장의 개인 선호가 아니라 많은 전문가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폈어야 했다. 세빛둥둥섬을 어떻게 살릴지 뾰족한 방법도 없다. 침몰시켜서 없앨 수도 없고…. '애물단지'다."

―새로 개발되는 마곡지구 일부에 논밭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중요한 본질은 (논밭 조성이 아니라) '서울에 유일하게 남는 산업단지'라는 것이다. 서울 산업단지는 여타 지역과는 달라야 한다. '융복합'이란 다양한 것들이 모이고 섞여야 나올 수 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다양한 색채를 내야 자가발전도 하고 돌연변이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일정 대기업에만 전체 산업단지 부지를 다 줘버리면 당초 마곡지구 조성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올해)대선과정에서 출마 선언을 고려하진 않는지.

"그런 것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나. 상상력이 너무 과했다. 가당한 얘기냐."

―4·11 총선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야권이 당연히 이겼어야 할 선거였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실수와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뿌리인 새누리당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민주통합당이 엄청 잘못했던 것이라고 본다."

―무상보육이나 한강텃밭 사업 때문에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권한이 없는데 어쩌겠나. 이런 걸 잘 지원해서 잘 되면 다 중앙정부 성과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