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배수진 각오 내비쳐
親朴 "152석이 독 될 수도… '대세론' 표현도 안쓸 것"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12일 대선 고지(高地)를 향해 신발끈을 고쳐 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또다시 구태(舊態)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새누리당에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도 했다. 배수진의 각오를 비친 것이다. 그가 "그동안 당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당을 정상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말한 것은, 당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선에 몰두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상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란 얘기다.

박 위원장이 이날 회견에서 비친 대선전략은 두 가지다. 우선 민생정치다. 그는 "다시는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해 나가고 그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예시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국민통합으로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을 다 끌어안고 가겠다"고 했다.

민생정치는 박 위원장의 말대로 실천 여부에 따라 평가를 받겠지만, 국민통합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여부가 박 위원장으로선 최대 숙제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선거의 여왕'임을 입증했지만, 대선에선 뚜렷한 한계도 노출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세대로는 20~30대, 이념적으로는 중도·진보층이 박 위원장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의 정당 지지율이 51%에 그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경쟁해야 할 상대(안철수·문재인·김두관)도 PK(부산경남) 출신이다.

박 위원장 자신도 이번 총선 승리가 대선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낮 트위터에 "선거 때 이동 중 차 안에서만 먹던 식사, 어제 모처럼 집에서 흔들리지 않고 먹으니 오히려 어지러웠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게 무척 힘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대선으로 가는 길은 총선보다 훨씬 앞이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친박 핵심 인사들은 "대선을 앞두고 '152석'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박근혜 대세론'이란 용어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박 이혜훈 의원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신뢰의 이미지가 박 위원장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한 반면,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융통성 없는 모습은 박 위원장의 약점"이라고 했다. 정치인으로서의 강점과 약점이 누구보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박 위원장이 안갯속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섰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