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정체제 강화
"쇄신파에 원내 지휘 못 맡겨"… 친박의원들 결선서 몰아주기
대표엔 황우여·이혜훈 선두권, 최고위원도 휩쓸 가능성… 국회의장은 6선 강창희 도전

친박 핵심인 이한구(4선) 의원이 9일 의원총회에서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여당 새 지도부 라인업이 짜여지기 시작했다. 이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15일 선출될 당 대표도 친박(親朴)계 인사가 차지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체제'가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친박계가 당직 휩쓰나

이날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 영남 중진인 이 의원과 수도권 쇄신파 남경필 의원 간의 대결로 전개됐다. 1차 투표에서 남 의원이 58표를 얻어 1표 차이로 이한구 의원(57표)을 앞서자 "이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잠시 나왔다. 그러나 결선에서 이주영 의원을 찍었던 친박 성향 표 대부분이 이한구 의원을 선택했다.

친박 의원들은 "40대 쇄신파에게 원내 지휘를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수도권·쇄신파 일부에서는 "친박 일색의 지도부 짜기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두언 의원은 "결국 친박들이 원내대표까지 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아니겠느냐"며 "별것 아닌 '현재 권력'을 누리는 데만 급급하다가 '진짜 권력'을 연말(대선)에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도 "당 지도부 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15일 개최할 전당대회에서도 친박 색채의 지도부가 구성될 전망이다. 당 관계자들은 황우여 후보가 선두이고 이혜훈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고위원 당선권으로 평가받는 정우택·유기준·홍문종·김태흠 후보도 친박계다. 비박(非朴)계인 심재철·원유철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지도부 입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6월 19대 국회 개원(開院) 전에 선출될 국회의장 후보로는 6선의 친박 강창희 의원이 나서 정의화 현 국회의장 대행(5선) 등과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이 이길 경우 국회직과 당직을 모두 친박계가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날 원내대표 경선이 상당한 접전이었던 것이나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된 진영 의원이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와도 가깝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친박 지도부 만들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는 말도 나왔다.

◇이한구 "계파 없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뒤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라는 지적에 대해 "(파트너인) 진영 정책위의장과 나는 절대로 계파활동은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둘은 당내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 실제로 행동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야관계에 대해선 "(상대를 때려눕혀야 하는) K1 격투기가 아니라 (서로 열심히 달리는) 육상경기처럼 하려 한다"면서 "그동안 당론이니 뭐니 하면서 개별 국회의원이 뜻을 펼수 없었던 분위기를 확실하게 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신뢰는 매우 강하게 갖고 있지만 재벌들의 잘못된 행태는 확실하게 바로잡도록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박근혜 경제교사'로 불렸던 전통적 친박계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천탈락 위기를 겪는 등 박근혜 위원장과 다소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특히 박 위원장이 복지에 중심을 둔 '경제 민주화'로 옮겨가는 것과는 달리, 이 원내대표는 '시장(市場)중심주의자'로 "과도한 정부 개입의 위험성"을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