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당대표 심상정 짓밟고, 학생부대까지 동원…
지도부는 비상구로 탈출… 이정희 "우리가 언제 다수결했느냐"

소수파로 전락한 경기동부 - 이정희 사퇴·퇴장하자 약속한 듯이 일제히 난동
"오늘로 진보는 죽었다" - 문정현·진중권·서기호 등 좌파 진영도 경기동부 비판

12일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9시간 내내 고성과 몸싸움, 욕설, 단상점거로 이어지다 주먹이 오가는 난투극으로 끝났다. 좌파 내부에서도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당권 잡은 NL, 폭력으로 회의 방해

중앙위에는 900여명의 중앙위원 중 600여명이 참석했다. 원래 당을 장악한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계는 약 55%의 중앙위원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 과정에서 몇몇 내부 정파가 이탈하면서 소수파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이날 참석한 600여명 중 당권파 주장에 동조한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았다.

이날 폭력사태는 수적으로 밀리는 당권파가 상대적 다수인 비당권파의 새 지도부(비상대책위) 구성을 막기 위해 일부 극성 당원과 대학생 등을 동원하면서 벌어졌다. 이날 폭력사태에 앞장선 사람들은 회의 시작 때부터 자리를 지키며 '중앙위 해체' 구호를 외쳤던 대학생 100여명이었다. 선거부정 진상조사를 이끌었던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가 잡히고 셔츠가 찢기는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유시민·심상정 대표도 떠밀쳐졌다. 이들 3인의 공동대표는 비상구를 통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정희 "언제 다수결했나"

▲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가 정회 선언 후 비상구를 통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일각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회의 시작 전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퇴장한 것이 당권파에게 '알아서 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단상점거와 이어지는 대표단 폭행은 사건의 성격상 윗선의 '지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이정희 대표가) '자, 나는 우아하게 떠날 테니, 맘껏 깽판 치세요'라는 시그널"이라고 썼다.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진보당은 합의로 처리했지 다수결로 결정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동안 당권파는 다수의 힘으로 공천과 당 운영을 좌지우지해 왔는데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권파는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 여부를 당원 전체에게 묻자며 '당원 총투표'를 주장해왔다. 진보당 관계자는 "당원 총투표에는 다수결의 원칙이 통하고, 운영위·중앙위는 안 된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했다.

◇당권파 사무총장의 '하극상'

심상정·유시민 공동대표는 13일 오후 '공동대표 총사퇴 및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등 중앙위 미의결 안건을 설명하고 회의 속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유 대표는 "솔직히 무서워서 오프라인 회의를 속개하지 못하겠다. 헌정 사상 당원과 당 간부가 당대표를 폭행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이 회의가 진행되던 중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은 "당 시스템의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며 서버 접속을 차단했다. 대표가 진행하는 회의를 사무총장이 불허한 것으로 일종의 '하극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유시민 대표는 "사무총장이 당의 지도체제를 부정·파괴했다"며 "당기위에 제소해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심 대표는 이날 저녁 8시부터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표결을 시작했다. 표결은 14일 오전 10시에 끝나며 결과는 바로 발표된다.

◇좌파 "썩어빠진 진보정당" 비판

여러 차례 무단방북한 경력이 있고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황 상태다. 현장을 떠난 썩어빠진 진보정당이라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비례대표 14번을 받은 '가카 빅엿' 발언의 서기호 전 판사도 당권파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