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기침체 욕하던 서구 오히려 위기 대응 배워야"

"서구 경제학자들은 일본 도쿄에 가서 천황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폴 크루그먼(59·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서구 경제학자를 대표해 '반성문'을 썼다.

크루그먼 교수는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에 게재된 FT 명칼럼니스트 마틴 울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구 경제는 1990년대 일본 경제보다 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일본은 서구만큼 깊은 경기침체로 빠져들지 않았고 침체 기간에도 1인당 소득을 대체로 향상시켰다"면서, 위기 대응에 무능한 서구 경제 시스템을 비판했다.

그는 "한때 서구 경제학자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 대상으로 취급했던 일본 경제를 이제는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아야 할 정도"라며 "과거 일본 경제를 비관했던 서구 경제학자들은 도쿄에 가서 천황에게 사과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유로존 위기의 향방에 대해선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무제한적인 금융지원, 팽창적인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동원한다면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은 구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 회원국들에 대해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유로존이 해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교수형(絞首刑) 당할 상황에 처하면 사람이 정신을 번쩍 차리듯 유로존 붕괴 위기가 닥치면 유로존 국가들도 마음을 하나로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