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석좌교수로 부임, 노벨경제학상 수상 사전트 뉴욕대 교수 인터뷰]
"한국은 기적 그 자체" - "경제학자라면 꼭 한번은 연구해보고 싶은 나라"
대학이 '취업학원' 됐는데 - "인생 절반이 일터에 있는데 일자리 잡는 법 가르쳐야"
한국과 인연 - "한국은행 고문 일한 적 있고 집에서 불고기도 만들어봐"

"한국 경제에 조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를 배우러 서울대에 가려고 합니다."

2013년 3월 서울대 경제학부 전임 석좌교수로 부임하는 토머스 사전트(Sargent·69) 뉴욕대 경제학부 교수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학자라면 꼭 한번 연구해보고 싶은 국가"라고 말했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전트 교수는 '합리적 기대가설'을 만든 거시경제학의 대가로, 한국 대학에 전임교수로 임용되는 첫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출신 학자다. 서울대는 '글로벌 선도 연구중심 대학 육성 프로젝트'의 하나로 사전트 교수를 영입한다고 지난 27일 발표했으며, 연구비 등으로 약 15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트 교수는 2013년 3~6월(2013년 1학기) 서울대에 1차로 머물며 연구와 강의를 진행한 후 이변이 없는 한 2014년 1학기에도 서울대 강단에 설 예정이다.

―한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출신 첫 전임교수다. 비교적 수월하게 서울대 교수직을 수용했다고 알려졌는데.

"내가 가르친 학생이나 동료 경제학자 중에 서울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서울대가 매우 우수한 대학임을 알고 있었다. 3개월 전쯤 서울대 측으로부터 제의가 왔고 이후 학교를 한 차례 찾아 교수들 및 학생들과 이야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경제학자로서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를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역사와 경제는 기적 그 자체다.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연구해보고 싶은 욕심이 날 만하다. 나와 함께 연구를 해온 일리노이대 조인구 교수, 나의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하나인 워싱턴대 신용석 교수 등 매우 똑똑하고 열심인 한국인 경제학자들도 서울대를 선택하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서울대에서의 연구와 강의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서울대의 여느 교수와 똑같다. 대학의 인적자원과 기반 시설을 활용한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한다. 강의는 내가 연구해온 거시경제를 기반으로 하되, 지금으로부터 학기 시작 전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본 후 세부적인 주제를 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협상 과정에서 내가 5명의 연구자를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조건을 수용했다. 아직 학교 측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어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이 연구팀은 전 세계 연구자를 모아 구성한 매우 국제적인 팀이 될 것이다. 나를 제외하곤 모두 비(非)미국인이란 점이 특징이다. 서울대가 여러모로 내 요구를 많이 수용해줬다."

―한국에서 4개월 동안 생활하기가 어렵지는 않겠나.

"그동안 한국은행 국외 고문으로 일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쳐서 한국에는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음식을 좋아해 뉴욕에서도 코리아타운을 즐겨 찾는다. 몇 년 전 한국 제자가 불고기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서 집에서 불고기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내가 만든 불고기가)꽤 맛있는 것 같다."

―한국에선 요즘 대학이 취업 학원으로 변질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나는 '취업학원으로서의 대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후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일터에서 보내야 하므로 대학이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믿는다. 대학에서의 학업과 취업 준비는 배타적이지 않으며 양립 가능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충분히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커졌다. 경제학자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학자는 경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지 경제 운영자가 아니다. 경제는 국가와 기업, 개인이 영향을 끼쳐 움직일 뿐이지 그 어느 한 주체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각각의 주체가 어떻게 교류하는지, 왜 어떤 국가들은 잘사는지, 정부가 특정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무엇인지 등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국가기관이나 국책은행에 들어가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제학자의 영향력은 매우 작다.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저 공부할 뿐이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경제학자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