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들고 방한한 마이클 샌델 교수

"시장경제를 넘어 시장사회로 돼 가는 게 걱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본지 4월28일자 A18면)을 들고 방한했다. 1일 인터뷰에서 그는 '시장과 돈이 효율적인 기제로 작동하는 차원을 넘어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사회'를 염려했다. "시장은 세계에 번영을 가져온 소중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학교육과 의료혜택, 정치참여, 개인의 신체는 그것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성장론'에 대해 그는 "1920~30년대 미국에도 같은 논쟁이 있었다. 값싼 재화의 공급만이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균형 발전과 고용, 지역 상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가난한 집 학생에게 불공정하고, 보편교육이라는 대학의 사명을 훼손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라고 했다.

빈부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그에게 비행기의 몇 등석을 타는지 물어봤다. "나도 가끔 비행기 1등석을 타지만 어느 제도 하나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 패턴이 문제"라고 했다. "워런 버핏도 부자에게 유리한 소득세법의 수혜자이지만 세제를 비판할 수 있다"는 것.

샌델의 인기는 특히 한국에서 압도적이다. "당신 신간의 판권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들었다. 저작권료 때문에 책값이 올라 사보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면 공정에 반하는 것 아닌가" 물었다. 당혹해하던 그가 출판사 관계자에게 "한국에서 책값이 얼마냐"고 물었고, 출판사 관계자는 "책값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가 답을 이어갔다. "나 역시 '교육의 접근권'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2005년 하버드대 사상 처음으로 내 '정의' 강좌를 외부에 무료 공개했을 때 일부 학생들은 '우리는 학교에 5만달러나 내는데 강의를 왜 무료 공개하느냐' 항의했다. 내 대답은 고등교육은 공공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기술 덕분에 다른 강좌들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세대 무료 강연도 원래 실내 행사였지만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야외로 장소를 옮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