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주문]
유럽위기 아무도 안 나서자 작심하고 발언 나서
"많이 개방된 한국 자본시장, 외부 충격에 대단히 민감"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파장을 전쟁에 비유하며 비상한 대비를 주문했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이번 유럽 사태는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인이 평시에는 실전에 대비한 훈련과 경계에 충실해야 하지만 전시엔 실제 전장에서 전투를 하는 것처럼 (금융 당국도) 이제 훈련과 경계가 아니라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군인이 아무리 훈련을 잘 받고 경계와 대비를 잘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닌 것처럼 급변하는 실제 상황에서는 정확한 판단과 전략, 그리고 신속한 작전 수행이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9년 10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지는 것은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정부의) 재정위기에서 (민간까지 파급되는) 은행위기로 확산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이 1조5000억달러로 그리스의 5배에 달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스페인의 은행위기가 촉발되면 그 자체로 충격이 크고 실물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와 달리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不在)가 유럽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3조400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특히 유럽계 자금은 지난 4월(1조491억원)에 이어 2조95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자본 시장은 대외 개방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이 우리의 경제·금융 상황에 비해 과도한 시장 변동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상황별로 예상되는 외화 유출 가능성과 규모에 따라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해 외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투기성이 과도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감시 모니터링도 강화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의 발언이 지나치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정부 경제팀의 누구도 이런 발언을 하지 않으니 작심하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