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19일 만에 국회 첫 출근]
제명 추진엔 "입법부의 사법살인", 임수경 발언엔 "이유가 있지 않겠나"

부정경선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5일 국회에 처음 출근한 자리에서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8시쯤 검은색 K7 승용차를 타고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 나타났다. 지난달 17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 지 1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그는 웃음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이 먼저 사퇴 의사가 있는지를 묻자 "(부정경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제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작심한 듯 "유신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에 인혁당 사건으로 무고한 민주인사들이 사법살인을 당했다"며 "입법부의 사법살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2만불 시대에 500불 시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두둔했다.

이 의원은 이후 사무실로 올라가 보좌진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오전 9시쯤 국회 본관에서 열린 진보당 의원간담회에 참석했다. 점심시간에는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진상조사위원회 발표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한 당원 박영재씨를 병문안하기 위해 한강성심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에도 기자들이 모여들자 "여기도 오셨냐. 뺑이친다(고생한다는 뜻의 은어)"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던 진보당 의원총회는 노회찬·심상정 등 신(新)당권파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경기동부연합으로 대표되는 구(舊)당권파 의원들이 전날 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김선동·김재연 의원 등 구당권파 의원 6명만이 참석했을 뿐, 신당권파 의원과 중립 성향 의원 전원이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원단 총회는 개최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13명 가운데 7명)을 충족하지 못해, 간담회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