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이정희, 천안함 폭침 땐 - "전쟁으로 죽느냐 평화로 사느냐 갈림길"
北비판하면 전쟁세력? - DJ정부 이후 10년간 좌파진영 "우린 평화세력"… 우파를 전쟁세력으로 몰아

통합진보당의 구(舊)당권파인 김재연 의원은 4일 "북한의 체제를 거부한다고 하면 그것은 전쟁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뉴스에 출연, "저희 당이 쭉 이야기해왔던 평화와 통일의 대상이자 상대방으로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 그것은 앞으로도 견지해야 할 당의 정체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앵커가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행위를 언급하며 "평화를 위해서는 공격이 오더라도 참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북한에)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은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종북(從北)주의 노선이 드러나자 여론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사퇴 압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신들을 '평화 세력'으로, 새누리당 등 여권을 '전쟁 세력'으로 몰아세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좌파 또는 진보 정치 세력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를 들고 나와서 국민을 혼란시킨 사례는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평양에서 6·15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은 사라졌다"고 했다. 이전의 우파 정권이 집권했을 때는 전쟁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젠 햇볕정책 때문에 평화가 오게 됐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했다.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자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대화론자인 노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은 가까이는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좌파 정치 세력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쳤던 '전쟁이냐, 평화냐' 선전을 연상시킨다.

당시 민주당의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측에서는 '민주정부 10년 평화, 2년 만에 전쟁위기'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은 '전쟁 반대 평화 실현 10만 네티즌 시국선언문'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전쟁으로 죽느냐, 평화로 사느냐의 갈림길"이라고도 했다. 좌파의 이 같은 주장은 안보 불안감을 극도로 자극해 한나라당의 참패와 야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에 이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김정일 사망과 권력 3대 세습,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계속되면서 종북 세력에 대한 경계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전쟁하자는 것'으로 몰아붙이고 평화만을 내세운다면 북한을 압박할 방법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국민 보호를 위해 즉각 반격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임무인데 이를 전쟁행위로 비판하고, 북한 독재체제에는 침묵하는 사람을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