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참석 세계개발자대회… 아이폰5는 안 보여
"삼성 제품에 열광하지만… 휴대폰이 아니라 냉장고"… 시리 음성의 독설로 시작
레티나 디스플레이 첫 장착… 4배 이상 해상도 선명해진 뉴 맥북 프로 노트북 눈길
애플 주가는 1.58% 하락

기대했던 아이폰 신제품 발표는 없었다. 애플은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자신들이 자랑하는 레티나(retina·망막)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적용한 신형 '맥북(MacBook)' 노트북과 새 운영체제(OSX 마운틴 라이언), 아이폰용 최신 운영체제(iOS6)를 차례로 선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5000명의 개발자들은 신제품이 소개될 때마다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애플 주가는 이날 1.58%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3'가 글로벌 판매를 시작했는데도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 신작 아이폰(가칭 아이폰5)은 가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대한 독설 조크로 개막

오전 10시(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코니 컨벤션센터가 인파로 가득 차자 애플의 음성인식 프로그램 시리(Siri)가 바람잡이로 농담을 던졌다. 시리는 "나는 진짜로 새 삼성전자 제품에 열광해요. 휴대폰은 아니고 냉장고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통신분야에서 특허분쟁이 진행 중인 삼성을 비꼰 것이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작년 3월 아이패드2 발표회에서 삼성을 '올해의 카피캣(copycat·흉내쟁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어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팀 쿡이 등장했다. 그는 "애플 앱(응용프로그램)은 65만개가 넘고 다운로드 횟수는 300억번이 넘는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앱을 통해 총 5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부분의 설명을 '원맨쇼'로 진행한 것과 달리, 팀 쿡은 주요 제품 발표는 모두 수석부사장들에게 맡겼다. 잡스 사후(死後) 애플이 집단지도체제로 움직이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새 운영체제 장착한 맥북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뉴 맥북 프로'였다. 아이폰4S와 뉴 아이패드와 같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레티나(retina·망막)란 인간의 망막(網膜)으로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고(高)해상도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전문가용 고사양 노트북인 뉴 맥북 프로는 15.4인치 화면에 518만개의 화소(��素·이미지를 표현하는 작은 점)가 들어간다. 기존 제품에 비해 해상도가 4배 이상 선명하다. 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은 "역대 맥북 프로제품 가운데 가장 얇으면서도 가장 해상도가 뛰어나다"며 "실제 잡지를 읽는 것과 같은 해상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 맥북 프로의 또 다른 특징은 더 날렵해진 디자인. 무게 2㎏, 두께 1.8㎝로 보급형 노트북인 '맥북 에어' 시리즈와 비슷하다.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저장장치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연산 속도와 그래픽 작업 능력을 기존 제품보다 60%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8GB(기가바이트) 메모리와 256GB 저장장치를 채택한 15.4인치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은 289만원.

◇한국어도 알아듣는 음성인식 비서 '시리'

새 아이폰에 적용될 iOS6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더 똑똑해진 음성인식 비서 기능 '시리'다. iOS6 개발담당인 스콧 포스톨 수석부사장이 시리에게 "(미국 프로농구 스타인) 르브론과 코비 중에 누가 더 크냐"고 묻자, 시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약간 더 클걸"이라고 답했다. 동시에 화면에는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 두 선수를 비교하는 각종 수치들이 나타났다. 또 프로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최근 경기 결과나 선수 개개인의 성적, 전체 순위, 미식축구 경기 일정, 재미있는 영화와 출연 배우의 프로필 등 묻는 것마다 척척 답했다.

이어 포스톨 부사장이 "저녁 먹을 괜찮은 식당을 소개해봐라"고 말하자 시리는 주변에 있는 15개 식당을 약도·사용자 평가와 함께 제시했다. 애플은 BMW·GM·벤츠·아우디 같은 자동차 회사들과 연계해 음성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기능도 추가하기로 했다.

시리는 올가을쯤 한국어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애플은 밝혔다. 이날 한글 서비스는 시연하지 않아서 성능을 체크해 볼 수는 없었다.

애플은 공짜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이동통신망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개편했다. 그동안 페이스타임은 와이파이(무선랜)망에서만 가능하고, 이동 중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새 페이스타임 서비스는 이동통신 업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에 영상 기능까지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