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범야권 후보 중 첫 대선 출마 선언
애민·민생·통합으로 유능한 진보 이룰 것
노동시간 줄여 근로자에 저녁 있는 삶 보장할 것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문재인·김두관 등 범야권의 유력 후보 가운데는 처음이다.

손 고문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시민과 지지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출마 선언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은 '유능한 진보' '격조 높은 진보'"라며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애민 대통령',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민생 대통령',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제 혈관에는 민주·민생·통합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대에는 온몸을 던져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고, 민생을 요구하던 시대에는 경기도지사로 74만개 일자리를 만들어 4년 평균 7.7%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통합을 요구하던 시대에는 야권통합을 이뤄내 수권정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손 고문은 이날 '완전고용국가'와 '저녁이 있는 삶'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2020년까지 70% 이상의 고용률을 달성, 20세부터 70세까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해 근로자들에게 저녁 시간을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손 고문은 "국민과 소통하는 소통령,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산층을 늘리는 중통령, 국민·남북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명숙 전 대표를 비롯해 문희상·원혜영·유인태 의원 등 당 중진과, 이낙연·신학용·양승조·오제세·이찬열·이춘석·최원식 등 친손(親孫)계 의원들이 참석했다. 손 고문은 1970년대 위장취업했던 철공소 사장, 2006년 '민생대장정' 때 만난 전국 각지의 농민·어부·대학생 등도 소개했다. 출마선언 장소로 세종대왕 동상 앞을 택한 데 대해 손 전 대표 측은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손 고문은 행사 뒤 경기도 화성의 가뭄 피해 농촌마을을 찾았다.

손 고문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고(故) 김근태 고문, 조영래 변호사와는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손 고문은 이날도 출마선언에 앞서 모란공원의 두 사람 묘소에 참배했다. 그는 1980년 '서울의 봄'이 오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서강대 교수를 하던 중 1993년 민자당 공천으로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당선, 정치를 시작했다. 광명에서 3선을 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합류했으나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동영 고문에 패했다. 이후 민주당 대표를 2번 지냈고 작년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블로그에 "이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