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 30여명 앞에서 통렬히 비판]
개혁 구호만 요란하고 수권 능력은 부족해
새로 도입한 모바일 투표는 모바일 익숙한 층 과다대표… 나쁜 의미에서 혁명적
경제문제 다루는 능력, 새누리가 민주보다 낫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정치학자인 최장집(69) 고려대 명예교수가 19일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30여명 앞에서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에 정권을 맡기기에는 유권자들의 신뢰가 부족하다고 했다.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도 "나쁜 의미로 혁명적 변화"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 민생포럼(위원장 이낙연 의원) 창립기념 특별강연 자리에서 이런 얘기들을 했다. 주제는 '2012년 민주당의 과제'였다. 다선과 초선 의원 30여명이 두루 참석했다.

◇"민주당 수권능력 있나"

최 교수는 "민주당이 '민주 대 반민주'라는 진영 간 대립구도에 천착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 새누리당을 비판·공격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다 쓰고 있다"며 "현재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당의 체질을 정비하고 대안정부로 실력을 쌓고 그 능력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종북논란에 대해 '신공안정국'이라고 외치는 모습에 대해서도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킨다"며 "정치적 탄압이라 반격하면 할수록, 이념적 갈등은 심화되고 그런 방식으로는 의도한 목표에 다가설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구호가 화려하고 진보적인 것이 결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은 (정당이) 정책대안을 실제 실현할 수 있을지, 그런 능력과 진지함, 신뢰성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화려한 개혁적 구호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국민들이) '당신들은 구호는 멋있지만 능력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없고, 진지성이 없다. 대신 당신들은 반대하는 것 잘하니 야당이나 하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연을 듣던 일부 의원들은 탄식에 가까운 헛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최 교수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요소로 '경제문제 해결 능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문제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이민주당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모바일투표 "나쁜 의미에서 혁명적"

민주당이 주요 당직 및 공천자 선출에 도입한 모바일 선거인단 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당직·공직 후보를 모바일 투표로 결정한다는 발상은 나쁜 의미에서 혁명적"이라며 "모바일 기제에 친숙한 그룹의 정치적 특성과 과다대표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은 특정한 이념, 태도, 취향, 정서,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 특정한 인물에 대한 열정과 지지의 강도가 높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온라인 공간의 단절 되고 짧은 사이클로 명멸하는 변덕스러운 여론으로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정치적 의제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대선에 나올지 안 나올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이건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또 "열린우리당 이래 지금까지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당개혁은 당의 중심성과 리더십을 쪼개고 해체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자해적 정당구조" "민주화 이후 여러 정치개혁 가운데 최악"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 반박 이어져

'일방적 난타'를 당하다시피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반박도 나왔다. 신기남 의원은 "'제왕적 총재'로 대표되는 파벌정치를 타파하고 당내 민주화를 도모하는 취지에서 이뤄진 개혁이었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도 "모바일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참여 열기를 무시하라는 말이냐" "지나치게 정당중심주의적인 사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