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언론 담당 창구역인 유민영 대변인이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최근 일부인사 발언, 安원장에 대한 상처 내기"
민주당 "안철수, 출마선언 빨라지는 것 아니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과 지도부에 대해 처음으로 불편한 마음을 공개 표출했다.

안 원장의 언론 담당 창구역인 유민영 대변인은 19일 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근래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 원장에 대한 상처 내기다. 그런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

유 대변인은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 "특정하다 보면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라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최근 안 원장을 평가절하한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대선주자들, 빨리 출마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한 이해찬 대표를 포괄해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변인은 "안 원장이 판단할 영역에 대해서까지 민주당 인사들이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가 판단할 몫이니 존중해 달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너무 앞서나가지 말고 안 원장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 원장에 대한 입장을 놓고 치고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론'이 "안 원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당내 반발에 부닥치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에 대한) 막연한 상태의 지지와 (나를) 비교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질 수가 없다"고 했다.

손학규 고문은 문 고문의 '공동정부론'을 공격하면서 "(안 원장은) 검증된 것이 없고,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일 뿐"이라고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역시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빨리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 18일 "당내 경선절차가 시작되는 7월 중순까지는 안 원장이 입장을 밝혀야 (안 원장과 민주당 대선주자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원샷 경선'이 가능하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대선 출마 선언이) 지금도 좀 늦은 셈이다"라고 했다. 문성근 상임고문도 안 원장에게 "모바일 완전국민경선 방식이면 어떤 후보에게도 유·불리 없이 국민의 뜻이 정확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 측은 이 가운데 '빨리 결정하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민영 대변인이 말한 "우리가 판단할 몫"이라는 말이 그런 의미라는 것이다.

안 원장 측 다른 관계자는 또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결국 힘을 모아야 할 곳은 민주당 아니겠느냐"며 "자기들 싸움에 안 원장을 끼워넣어 비판 소재로 쓰면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을 돕는 일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안 원장 측의 반응에 민주당에선 "드디어 '정치인 안철수'로 나선 것 같다" "출마 선언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안 원장 측은 최근 민주당 유력인사 및 초선 의원들과 잇따라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대에 오르지 않을 가수는 의상에 신경 쓰지 않고, 선거에 나가지 않을 정치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