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대회 출전해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때 IOC 선수위원 출마 가능
2연패 가능성은 - 김연아 최고기록은 228.56점… 현재 200점 넘는 경쟁자 없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김연아(22·고려대)가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로 뛰겠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2일 오후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팅장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렸을 때 선수생활의 종착역을 밴쿠버올림픽으로 정했지만 이제 그 종착역을 소치올림픽으로 연장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작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한 이후 14개월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진로를 고민해 오던 '피겨 여왕'이 다시 은반(銀盤) 위에 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김연아는 또 "은퇴 후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IOC 선수위원은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국회의원)이다. IOC가 정한 선수위원은 전체 15명이며, 국가별로는 1명이다. 한국은 문 위원의 8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 새 선수위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선수위원 후보 자격을 얻으려면 선거가 열리는 해 혹은 직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김연아는 소치 대회에 나가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 선거 방식은 올림픽 참가선수들의 직접 투표이다.

◇"한국 피겨를 위해 할 일 남아"

김연아가 이날 오후 3시에 회견장에서 읽은 발표문의 초입 부분은 은퇴를 시사하는 듯했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 선수로서 더 높은 목표를 찾기 어려웠다",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하루만이라도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몸 상태와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된 훈련을 계속해야 할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압박감도 많았다"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지난 1년간 태릉선수촌에서 후배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위해 할 일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나 자신만을 위한 피겨 연기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라면서 "부담감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고 인생에서 큰 아쉬움으로 남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피겨 대표로 새 출발"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아닌 후배 선수들과 똑같은 국가대표로 절 봐달라"고 말했다. 이젠 새로운 환경에서 2014년 2월 7일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준비한다. 여의도 집과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10월부터 열리는 2012~2013시즌을 대비한다. 내년 1월 국내 종합선수권에도 6년 만에 출전하기로 했다. 코치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본인은 "한 시즌을 쉬어 감각이 떨어졌다"고 말했지만, 팬들의 입장에선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역대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1932·1936 대회)와 구동독의 카타리나 비트(1984·1988 대회)뿐이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228.56점)를 세웠다. '김연아 은둔기' 동안 세계무대에선 200점을 넘긴 선수가 없었다. 카롤리나 코스트너(25·이탈리아), 아사다 마오(22·일본), 애슐리 와그너(21·미국),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6·러시아) 등이 180~190점대에서 국제대회 메달을 다퉜다.

김연아는 "거의 2년 만에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됐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스럽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