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환조사 받은 정두언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이게 마지막 액땜이다"…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5일 서울 대검찰청에 소환돼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은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그분들은 다누렸다.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소환조사 마친 정두언, 눈시울 붉어지고 목소리 떨려
돈 받았나 묻자 "나름대로 소명"
MB캠프의 핵심이었던 鄭 대선 전에 임석 회장을 이상득 前의원에 소개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부정적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5일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구속 기소) 회장으로부터 2007년 대선 때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정두언(55)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정 의원이 이상득(77) 전 의원에게 임 회장을 소개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임 회장은 "대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 전 의원에게 돈을 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밤 11시 40분쯤 조사를 마치고 대검찰청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간단한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의 눈시울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떨렸다.

―돈 받은 것 인정하나.

"나름대로 다 소명했습니다."

―(임석·김찬경 회장 돈이) 대선자금 명목으로 흘러들어 간 것 맞나.

"자세한 얘기는 말은 못하지만, 나름대로 소명했습니다."

―임석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것 맞나.

(잠시 침묵하다가) "제가 정권 찾는 데 앞장섰습니다.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분들은 다 누렸습니다. (저는)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의원이 말한 '그분들'은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상득 전 의원이) 대선자금 모금 차원에서 (돈을) 받은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는 의미냐. 지금 고개를 끄덕였는데?"라는 추가 질문에는 "충분히 잘 해명될 것"이라고만 했다.

정 의원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검찰에서 어떻게 말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정 의원의 진술 내용에 따라 현 정권의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2007년 대선 때 김덕룡 전 의원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을 소개받았다"는 김찬경(56·구속 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진술도 확보했다. 당시 김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 역할을 했던 '6인회' 멤버였다. 검찰은 임석·김찬경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건넨 돈 가운데 일부가 대선 과정에서 사용됐다는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6인회 멤버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5월 파이시티 시행사 측으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에 앞서 "내가 (2007년 무렵) 쓸 곳이 좀 많았다. 받은 돈은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했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한 2008년 이후에는 정권 핵심에서 멀어졌지만 대선 직후까지는 이명박 캠프의 중심에 있었다. 정 의원이 최근 현 정부 초기 각종 비리문제를 터뜨리겠다고 청와대를 협박 중이라는 얘기도 검찰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기업을 상대로 한 조직적인 대선자금 모금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전면적인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시 검찰은 여야 모두 불법 모금의 단서를 확보한 상태에서 동시에 수사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친이계 관계자들은 "2007년 때는 캠프 실세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조달해 각자 지출하는 구조였다"고 했다. 검찰도 '이명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라며 "개인 비리로 수사를 한정하겠다는 것은 거악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는 유치한 행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