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조선일보DB

[몽골 국제포럼서 직격탄… 美외교가 "원래 스타일 찾아가는 것"]
"정치 개혁이 담보 안되면 경제 성공 지속될 수 없어
국민의 눈·입·귀 통제로 치안 유지된다는건 환상"

"그의 요즘 어법은 아주 명쾌하고 모호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다."(뉴욕타임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거침이 없어졌다.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를 순방 중인 클린턴은 9일(현지시각) 몽골에서 중국을 겨냥해 "정치 개혁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적 성공은 지속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날 민주화 운동가 국제포럼 연설에서 "정치 해방 없이는 종국적으로 경제 해방을 이룰 수 없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단속하고 국민의 눈과 입, 귀를 통제하는 것으로 치안이 유지된다는 환상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환상은 결국 사라진다"고 했다.

클린턴은 이어 "경제 개방과 언론자유의 폐쇄를 병행하는 국가들은 비용을 치르게 돼 있다"며 "그런 접근법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아시아에서는 어떤 나라는 민주화를 이룬 반면, 어떤 국가는 24시간 내내 자국민의 정보 접근을 통제하고 민주 운동가를 구금하며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시민권을 유린한다"고도 했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이 권력 교체기를 맞아 최고권부 내에서 전례 없는 이전투구 양상을 빚고 있는 중국을 향해 이 같은 발언들을 작심한 듯이 쏟아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에 앞서 6일에는 시리아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중·러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대가를 치를 것" 등의 용어는 외교무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을 만큼 수위가 높은 것이다.

클린턴의 이 같은 화법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공직생활 마무리를 앞둔 클린턴이 원래 자기의 스타일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원래 명쾌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클린턴은 그동안 국무장관이라는 직함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아왔지만, 막판에는 외교무대에서도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올 연말 오바마 행정부 1기가 끝나면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