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대기업 긴급 임원회의… 노사문제 둘러싼 여야 입법활동에 우려 표명

국내 주요 대기업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여소야대'와 노동계·야당의 노·정 연대 강화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삼성·현대자동차·LG·SK·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 움직임이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업 임원들은 두세 달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지만 이번처럼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경제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노사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입법활동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노동계 기대 심리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자칫 기업 경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 경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하는 입법들이 지속적으로 제출되고 있어 기업들의 걱정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경총은 국회 환노위에 계류된 58개 법안 중 일방적으로 노동계 입장을 반영한 법안이 3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동계 요구대로 개별 기업문제를 국회에서 이슈화할 경우 기업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도 대기업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고 있어 (요즘 기업들은) 부모 양쪽에서 버림받은 고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은 또 최근 현대자동차의 부분 파업과 노동계의 8월 총파업 등이 계속되면 기업의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며 경총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재계는 경제 현안과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경제 5단체장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