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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서 "제게 동의하는 분 많으면 앞으로 나갈 것"… 내주 기자회견서 정치 구상 밝힐 듯
천안함 - 정부 발표 기본적으로 믿지만 이견 무시해 사태 악화시켜
경제민주화 - 순환출자 금지·금산분리 강화… 경제범죄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미 FTA - ISD 등 적극 재재협상해야
제주 해군기지 - 과정 관리가 잘못됐다
정치경험 없어 약점? -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할 시대… 나쁜 경험 없어 오히려 다행
서울시장 후보 20분만에 양보 - 우유부단한 행보는 아닐 것… 우유부단하고 간만 본다?
이명박 정부·민주당에 실망 - 청와대 미래기획委서 일하며 쓴소리 했는데도 안 달라져… 민주당, 총선 때 계파 공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낸 정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는 그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국정 전반에 걸쳐 준비해왔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또 '결심'만 남은 단계라는 점도 읽을 수 있다.

◇본격화하는 대선 행보

안 원장은 세명대 제정임 교수와의 대담 형식인 이 책에서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지지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 야당이 이길 경우 "정치권에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 패배하면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그동안의 방어적 스타일과 달리 자신을 향한 공격에 적극적으로 자기변호를 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 아닌가"라며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안 원장은 우유부단하다, 간만 본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에 "창업자나 경영자는 본질적으로 우유부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서울시장 선거 때) 50% 지지가 나오는 상태에서 5% 지지도의 상대에게 20여분 만의 대화 끝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도 우유부단한 사람의 행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아닐까"라며 "(나는) 외유내강형"이라고도 했다. 그는 책의 부제(副題)를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고 했다. 책 뒤표지에는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안 원장은 다음 주 중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정치적 구상을 좀 더 자세히 밝히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실망'

그는 "한나라(새누리)당에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4대강, 친재벌 등 정책에 문제가 많았다"며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쓴소리를 많이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10년간 집권했으면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했어야 했다"며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선택과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고 했다. 그는 "4·11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이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고 느꼈다"며 "그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지지해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정책은 민주당과 가까워

안 원장은 현재의 체제를 '낡은 체제'라고 했다.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경제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 등이 낡은 체제라고 했다. 그는 "낙후된 복지를 조금 확충하자는 정도의 얘기를 갖고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국가 건설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 분리 강화 등에 대해 "대체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산 분리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며 "배상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했고,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국가 재원을 쏟아야 할 만큼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이었는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세종시 건설에 대해서는 "옳은 방향"이라고 했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과정 관리가 잘못됐다"고 했다. 금강산·개성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고,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면서도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당의 입장과 흡사했다. 대담자로 참여한 제정임 교수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현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다. 그는 지난 4월 학생들과 함께 출간한 '벼랑에 선 사람들'을 안 원장이 읽고 먼저 연락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