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기대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제자리 돌아갈 것"
"국민 대다수, 현재 불행하고 미래 밝지 않다고 느껴"
한 두달 간격 '깜짝쇼'… 원하는 시간·장소 골라 정리된 이야기만 꺼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3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지난 19일 정치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낸 지 나흘 만이다. 녹화는 책 출간 전날인 18일 끝났다. 사전에 잘 준비된 홍보활동인 셈이다.

◇"지지율 관리만 하는 것 아니냐"

안 원장의 방송 출연은 2009년 6월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 이후 3년여 만이었다. 그는 그 사이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서울시장 보선(補選) 출마 여부를 놓고 정치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10개월여 동안 몇 번의 대학 강연, 안철수재단 출범 관련 기자회견에 모습을 나타냈다. 1~2개월에 한번 꼴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말할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원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의 메시지 전달법"이라는 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은 사실상 '24시간 검증 대상'인데 안 원장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등장해 정리된 얘기만 하고 있다"며 "사실상 지지율 관리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안 원장이 검증을 계속 피해왔고, 앞으로도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본다"며 "통상적인 과정·절차를 피하는 것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측면도 있지만 스스로 준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인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23일 "정치인 안철수의 비전이라기보다는 평론가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결정할 것"

안 원장은 23일 밤 방영된 힐링캠프에서 정치대담집 출간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다. 책을 통해 이미 알려진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 "지지하는 분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면서 그 분들의 기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양 쪽 다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결정을 해야 한다"며 "만약 국민들의 기대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대한 그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그는 "야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야권의 대선주자가 부각되면서 나도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 상황과 관련,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우리나라는 현재가 불행하고 미래가 밝지도 않다고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라고 했다. 안 원장은 이날 방영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우리나라가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렸다"고 했으나, 본 방송에서는 빠졌다.

한편 안 원장 책의 대담자로 참여한 제정임 세명대 교수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 원장이 명예가 훼손되고 상처를 입고, 총알 몇 방을 맞는다 해도 이 길이 가야 할 길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자신에게 닥칠 '검증 문제'를 각오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