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공' 10m 공기권총서 한국 첫 금메달
어깨에 철심 박고… - 한국 사격 첫 2연속 金명중
마지막 발 징크스 날려 - 10.9점 만점에 10.8점
"곧 태어날 아기와 암투병 아버지께 바친다"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놓은 진종오(33·KT)가 잠시 옛 기억을 떠올렸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왕립 포병대 기지의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한 발을 남긴 진종오의 점수는 677.4점이었다. 이탈리아의 루카 테스코니가 6~9번째 발에서 모두 10점대를 맞히는 불꽃 같은 추격전으로 1.3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는 역대 올림픽에서 '한 발'에 울고 웃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은메달) 결선에선 1위를 달리다 7번째 발에서 전자총 조작 실수로 6.9점에 그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도 마지막 발에 8.2점을 쏴 하마터면 금메달을 내줄 뻔했다.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아테네와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은 아쉬움은 남기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는 흔들림 없이 운명의 한 발을 쏘았다. 표적을 관통한 그의 점수는 결선에서 기록한 최고점인 10.8점(10.9점이 만점). 본선(588점)과 결선(100.2점) 합계 688.2점으로 한국 선수단에 런던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런던에서 빛난 고도의 집중력

"사격은 '한 발'입니다." 진종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사격의 정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 쏘는 한 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 사격입니다."

보통 10~15발을 시사하는 진종오는 이날 20발가량 연습 사격을 했다. 김선일 대표팀 코치는 "(진)종오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며 "평소보다 많은 시사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했다. 1번 사대에 선 진종오는 자신을 위해 오스트리아 총기 회사 스테이어 스포츠가 한정판으로 제작한 검은색 총 'LP10E'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총을 오래 들고 있으면 총구가 흔들리고 호흡도 불안정해지지만 진종오는 자기 스타일대로 20초 이상의 격발 시간을 가져가며 첫 다섯 발을 모두 10점대에 맞혔다. 이후 6~9번째 발을 9점대에 맞히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진종오는 메달 색깔을 결정할 마지막 한 발을 멋지게 표적에 명중시켰다. 그의 카카오톡(모바일 메신저)엔 '진공묘유(眞空妙有·텅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란 말이 적혀 있다.

◇어깨에 철심 박은 터미네이터

진종오는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은메달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사격의 전설이 됐다. 그는 레슬링 박장순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으로 출전해 매번 메달을 따낸 역대 두 번째 한국 선수로도 기록됐다.

'전설의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운동도 싫어하던 진종오는 모형 총 조립을 유난히 좋아했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의 지인이 사격을 권유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강원사대부고 1학년 때 총을 잡았지만 성장 속도는 빨랐다. 2002년 국가대표가 된 뒤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승승장구했지만 사격을 위한 몸은 아니었다. 그는 오른쪽 어깨에 넣은 철심 때문에 번번이 공항 보안 검색대에 걸려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붙었다. 고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 왼쪽 쇄골을 다쳤고, 대학 때는 축구를 하다 오른쪽 어깨가 부러졌다.

진종오는 금메달을 딴 뒤 "올 11월에 태어나는 우리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2006년 결혼해 6년 만에 가진 아이의 태명은 아내 권미리(29)씨와 자기 이름 끝 자를 딴 '리오'다. 위암 투병중인 아버지에게도 '아들 진종오'의 금메달은 큰 선물이 됐다.

진종오는 내달 5일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올림픽 2연패(連覇)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경기가 끝나고 "아직 경기가 남아있기에 조금만 기뻐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