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26·계룡시청)이 눈물 대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아람은 5일 오전(한국 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최인정(22·계룡시청)·정효정(28·부산시청)·최은숙(26·광주 서구청)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결승전에서 한국을 25대39로 꺾은 중국에 돌아갔다.

신아람은 닷새 전 주최 측의 경기 운영 미숙으로 준결승에서 억울하게 탈락하게 되자 한 시간 가까이 피스트에 주저앉아 울었다. 곧이어 열린 3~4위전에선 11대15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특별상을 수여하는 방안, 공동 은메달을 주는 방안 등 다양한 '위로 대책'이 검토됐지만 신아람은 자기 실력으로 당당히 은메달을 따냈다.

조용한 성격의 신아람은 '멈춰버린 1초' 사건 뒤에도 오전에는 훈련하고 오후에는 경기장에서 동료를 응원하며 태연한 척 지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컸다. 신아람은 "가슴 속에 한이 풀리지 않았다"며 "배는 고픈데 음식이 안 넘어가고 평소에 잠이 많은 편인데도 새벽 2시까지 잠이 안 오고 오전 6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더라"고 했다.

지난 1일 대표팀의 맏형 최병철(31·화성시청)이 남자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따내 대표팀에 첫 메달을 안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아람은 여자 에페 단체전에 함께 출전하는 동료와 매일 밤 모여 "우리도 메달 따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온 신아람은 첫 경기에서부터 활약했다. 한국은 여자 에페 단체 세계 랭킹 1위인 루마니아와의 8강전에서 45대38로 이겼다. 준결승에서도 미국을 45대36으로 누르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세계 랭킹이 8개 출전국 중 가장 낮았던 한국(10위)이 준우승이라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신아람은 "내 힘으로 메달을 따냈다는 게 기쁘다"며 "언니·동생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충남 금산여중 1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한 신아람은 처음엔 펜싱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3~4년간은 국내 대회에서도 변변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금산여고 2학년 때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주목받았고 한체대 1학년 때 태극 마크를 달았다.

신아람은 "그냥 묵묵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실력이 올라간 것 같다"며 "펜싱 시작할 땐 운동부 분위기가 딱딱해서 싫었는데 칼을 휘두르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그러면서 펜싱이 좋아졌다"고 했다.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은 신기한 듯 은메달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억울한 마음이 북받쳐 눈물을 흘릴 법도 한데 신아람은 계속 웃기만 했다. 그는 "행복한데 왜 울겠나"라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내가 훨씬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